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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열망을 조직하라 / 장덕진

등록 :2012-09-1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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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작년 5월 나는 민주당 주최의 토론회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시민의 열망을 담아낼 수 있고 유권자들의 자발적 조직화를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제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허허벌판 모양의 누리집을 하나 만든다. 사람들은 이명박 정권에 분노할 때마다, 정권교체를 원할 때마다, 그들이 우리를 계속해서 지배할 가능성에 소름이 끼칠 때마다 이 누리집에 들러 한 번의 클릭을 남긴다. 클릭 한 번은 하나의 잎사귀가 되고, 천 개의 잎사귀가 모일 때마다 나무 한 그루씩 생겨난다. 굳이 누리집을 찾아와 클릭하지 않아도 방법은 다양하다. 트위터에서 정권교체를 원하는 해시태그를 한번 사용할 때마다 자동으로 잎사귀가 생겨나게 할 수도 있다. 그때 만약 이것을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이 누리집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숲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숲이 있으면 물도 필요한 법. 사람들이 한 번 클릭할 때마다 물방울 하나가 생겨나게 해보자. 머지않아 이 물방울들은 강이 되고, 이 열망의 강은 열망의 숲을 따라 흐르면서 점점 더 도도한 물결이 된다. 이 도도한 물결의 끝에는 4대강을 가로막은 보라도 하나 세워둘 일이다. 정권 초반에 민심의 강을 가로막은 광화문의 컨테이너처럼 정권 후반에 4대강을 가로막은 보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정권교체를 원하는 강물에 하나하나의 물방울로 담긴 시민들의 열망이 충분히 강하다면 이 보는 어느 날 터지게 될 것이다. 만약 대선 전날 이 보가 터지기라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숲이 되었든 강이 되었든 공통점은 수많은 사람들의 열망이 모두 모여서 거대한 전환을 만들어내며, 그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모두가 언제든 함께 경험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가상공간에 생겨난 숲과 강이 뭘 해주겠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얼마든지 있다. 사람들에게 보통사람의 참여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실감하게 해주고, 나 같은 사람이 수없이 많이 있음을 알게 해주고, 함께 만들어내는 변화에 전율을 느끼게 해주고, 정권교체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주며, 결국에는 투표하게 해준다.

물론 나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잊혀졌다. 새로운 시대의 소셜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당의 조직역량이 낙후되어 있으며, 그 당시만 해도 막연한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패권장악에 골몰한 계파의 이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민의 열망보다 계파의 이익을 앞세운 민주당은 총선에서 패배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등장은 그때보다 훨씬 큰 가능성이 되어 있다.

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되고 나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교수 사이의 단일화로 관심의 초점은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제기되고 있는 여러 질문들에 더하여 나는 시민들의 열망을 어떻게 조직화해서 투표소까지 가지고 갈 것인지를 함께 묻고 싶다. 민주당은 낡은 조직의 이해를 위해 시민의 열망을 이미 한 차례 배신한 전과를 가지고 있다. 이제 와서 나오고 있는 쇄신론의 진정성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안 교수는 낡은 조직의 굴레에서 자유롭지만 그가 시민의 열망을 얼마나 솜씨 좋게 정치적 지지의 네트워크로 묶어낼 수 있을지는 밝혀진 바 없다. 두 사람 중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든 본선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역사상 가장 단단히 결속해 있는 상태이며 기를 쓰고 투표소에 갈 것이다. 본선 때가 되면 또다시 투표율이 관건이 된다는 뜻이다. 시민들의 열망을 어떻게 조직화해서 투표소까지 함께 갈 것인가.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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