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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WTO 여론 기울었는데 미국은 ‘유명희 지지’…난감한 한국

등록 :2020-10-29 11:39수정 :2020-11-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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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오콘조이웨알라의 WTO 총장 선출 저지
유명희 지지하며, ‘WTO 개혁해야’
“미국만 오콘조이웨알라 반대”…미 반대에 회원국 반발
9일 회의서 재논의…합의 안되면 투표 가능성도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다수 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를 무력화시킨 책임 당사국으로 지목돼 온 미국의 반대에 대해 유럽 등 주요 회원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간에 낀 한국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세계무역기구는 28일 오후 3시(현지시각·한국시각 28일 밤 11시)께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164개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최근 10여일간 선호도 조사를 벌인 결과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공개 발표했다.

키스 록웰 세계무역기구 대변인은 전체 회원국 회의 뒤에 기자들에게 “한 대표단이 (회의에서) 오콘조이웨알라의 입후보를 지지할 수 없으며 계속해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대표단은 미국이었다”고 밝혔다. 록웰 대변인은 또 오콘조이웨알라에 대한 합의를 확보하려는 “광적인 행동”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유럽연합 등이 미국에 맞서 그를 강력히 지지했음을 시사했다. 유럽연합뿐 아니라 중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회원국들도 그를 지지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세계무역기구는 이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며 유 본부장 지지를 밝혔다. 무역대표부는 유 본부장이 통상 전문가로서 “특출하고” “이 기구를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량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 성명에서 세계무역기구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25년 동안 다자관세협상이 없었고, 분쟁조정시스템은 통제를 벗어났고, 기본적인 투명성 의무를 지키는 회원국은 거의 없다”며 “세계무역기구와 국제통상이 매우 어려운 때”를 맞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은 모든 회원국의 컨센서스(전체 합의)를 얻어야 최종 선출된다. 따라서 미국은 물론 한국·나이지리아까지 최종 추대 후보에 동의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는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 위해 미국의 대선 이후인 다음달 9일 회의를 소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1월9일 회의에서는 필요하다면 이런 합의 전례를 깨고 마지막 방법으로 투표가 실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한 대표는 이 신문에 “투표로 가면 나이지리아의 승리 가능성이 99%”라고 밝혔다.

9일 열릴 회의는 미국 대선의 결과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오콘조이웨알라에 대한 반대를 더 강력히 밀어붙여 유럽연합 등과 마찰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맹국들과의 무역갈등을 완하하려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타협의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

큰 격차로 지지를 얻은 오콘조이웨알라에 대해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자, 유럽 국가들과 중국, 캐나다, 중남미 및 아프리카 20여개 이상의 회원국 대표들이 일제히 반발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유럽연합 소속의 한 대표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미국이 선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면 훨씬 더 일찍 했어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무역기구가 (미국과) 합의된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를 밀어서 미국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 기구의 선출위원회는 미국의 반대를 잘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 관리는 “미국이 오콘조이웨알라를 반대하는 것은 그가 대부분의 경력을 세계은행에서 보내는 등 통상 분야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무역기구를 약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며, 유 본부장이 이 기구를 위한 더 강력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을 추대하는 협의 절차를 ‘컨페션'(Confession·고해성사)으로 부르는 만큼 각 후보의 득표수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 한국 정부도 구체적 투표 결과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다만 통보 과정에서 두 후보간 표차가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전해진다. 한국 정부는 유 본부장이 오콘조이웰라 후보보다 약 스무표 남짓 뒤졌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무역기구 규정상 선호도 조사에서 득표를 적게 한 후보가 바로 사퇴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무총장은 컨센서스(전체 합의)로 추대되는 방식이어서, 유 본부장이 막판 역전을 노리며 11월9일까지 버티는 방법도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면서 한국 쪽에 ‘사퇴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나라가 예상보다 적어, 사퇴하지 않고 오래 버티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판세가 기운데다 미국의 행보를 둘러싼 다른 회원국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가 진행중이고 우리 정부는 회원국들의 입장과 기대,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전출 절차를 존중하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조계완 김지은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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