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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천안문 추모’ 홍콩 촛불 30년만에 불허…무너지는 ‘일국양제’

등록 :2020-06-02 20:12수정 :2020-06-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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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천안문 시위 지지 시민들
1990년부터 개최 대규모 6·4집회
경찰 “공중보건 우려” 구실로 금지

보안법 제정 땐 다시 못 열릴 수도
주최쪽 “8명씩 소규모로 나눠 진행”
홍콩 주민들이 1일 디에이치엘(DHL) 익스프레스 지점에 줄지어 서류 발송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고객 상당수는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신청하거나 갱신할 목적으로 서류를 보내려는 이들이다. ‘홍콩 보안법’ 사태 이후 영국은 1997년 홍콩 반환 전 영국 정부가 발급한 영국해외시민 여권을 소지했던 31만명의 홍콩인들에게 영국 시민권 취득을 쉽게 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주민들이 1일 디에이치엘(DHL) 익스프레스 지점에 줄지어 서류 발송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고객 상당수는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신청하거나 갱신할 목적으로 서류를 보내려는 이들이다. ‘홍콩 보안법’ 사태 이후 영국은 1997년 홍콩 반환 전 영국 정부가 발급한 영국해외시민 여권을 소지했던 31만명의 홍콩인들에게 영국 시민권 취득을 쉽게 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 희생자를 추모하는 홍콩의 6·4 촛불집회가 사상 처음으로 불허됐다. 그간 홍콩에선 이 집회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상징하는 행사로 여겨온 터라, 중국 지도부의 홍콩 보안법 제정 움직임과 맞물려 파장이 일고 있다.

6·4 촛불집회를 주최하는 ‘애국민주운동 지지 홍콩시민연합회’(시민연합) 쪽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촛불집회는 경찰이 금지시켰지만, 행사 예정 장소에서 소규모로 흩어져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홍콩방송>(RTHK)이 보도했다. 이 단체 리척얀 회장은 “집회는 법이 허용한 8명씩 소규모로 나눠 진행할 것”이라며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경찰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홍콩 경찰당국은 지난 1일 ‘공중보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1990년부터 해마다 6월4일 홍콩섬 중심가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6·4 촛불집회를 불허한다고 시민연합 쪽에 서면 통보했다. 홍콩에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8명 이상의 회합이 금지된 상태로, 경찰 쪽은 이를 근거로 각종 집회·시위를 봉쇄해왔다. 조슈아 로젠스와이그 국제앰네스티 동남아시아 부지부장은 <홍콩 프리프레스>에 “보안법 제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경찰이 이번 집회를 불허함에 따라, 홍콩에서 다시는 6·4 촛불집회가 열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989년 봄 중국 수도 베이징 중심가 천안문 광장에서 수많은 시민·학생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에 들어갔을 때, 홍콩에선 대대적인 연대 집회와 모금운동이 벌어졌다. ‘시민연합’도 이 과정에서 설립됐다.

홍콩 시민사회는 이듬해인 1990년부터 해마다 6월4일이면 천안문 지지집회가 열렸던 빅토리아공원에서 유혈진압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이어왔다. 천안문 유혈진압 30주년을 맞아 열린 지난해 6·4 집회엔 모두 18만여명이 참가해, 닷새 뒤인 같은 달 9일 열린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의 마중물 구실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에선 천안문 민주화 운동이 철저히 지워진 반면, 홍콩에선 1997년 중국 반환 이후에도 추모 집회가 멈추지 않았다. ‘6·4 촛불집회’가 일국양제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리척얀 시민연합 회장은 2일 회견에서 “6·4 집회는 일국양제에 대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만약 우리를 탄압한다면, 일국양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다는 점을 뜻한다”며 “6·4 집회에선 해마다 ‘일당독재 종식’ 구호를 외치는데, 홍콩 보안법이 제정되면 이를 반역죄로 처벌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와 관련해 홍콩 몫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기본법 제정에 관여했던 친중파 정치인 마리아 탐은 1일 <홍콩방송>에 출연해 “특정 구호가 홍콩 보안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최종 입법된 조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회에서 누군가 ‘일당독재 종식’을 외친다면 바로 그 자리를 피해라. 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연합 쪽은 4일 저녁 8시 빅토리아공원에서 예정대로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홍콩 시내에 약 100개의 부스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촛불을 나눠주기로 했다. 리 회장은 “세계인과 홍콩인들에게 우리가 여전히 빅토리아공원 안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어디에 있든 함께 촛불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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