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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세계는연금개혁중] ① 독일사민당 “내달 적자” 비상

등록 :2005-08-16 19:42수정 :2005-11-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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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독일-바닥난 재정 ‘발등의 불’
전세계 고령화 감당못해 복지 대수술

각국 재정압박 심각
사회적 갈등 불구하고 “많이 내고 적게 받게”
제몸에 맞는 처방해야

세계는 지금 연금 개혁 중이다. 서유럽과 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고령화 추세가 새로운 틀의 복지제도를 요구하고 있다.

각국은 급속한 고령화 추세 속에 과도한 재정압박을 벗어나야 함과 동시에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노후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 대비 은퇴인구 비중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연금 지출 역시 빠르게 늘어나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늘어나는 노령인구의 노후보장을 포기하게 되면 이에 따른 사회불안 역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취업인구 대 퇴직인구의 비율이 1950년대 16 대 1에서 현재 3 대 1로 축소됐고, 2030년에는 2 대 1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에 견줘 노년 혜택이 많고 출산율이 한층 떨어진 유럽의 상황은 더욱 더 심각하다.

지난 5월 연금기금 보유액이 다음달 연금급여 지출액의 7%인 10억유로에 불과했던 독일은 9월엔 20년 만에 처음으로 4억5천만유로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는 2030년에 0.7명 대 1명꼴이 돼, 납세자보다 연금 수혜자가 많게 되는 기현상도 예상된다. 다른 유럽 나라들이나 일본과 캐나다 쪽 상황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찌감치 공공연금을 대폭 축소해 재정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영국에서는 이미 노후불안이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유럽국가들은 엄청난 사회적 저항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대체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체계에서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쪽으로 연금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또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국가들은 오히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대폭 강화해 출산율을 높이는 한편 연금에만 의존하던 노후보장을 일반 복지제도로 분산시켜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다른 국가들에서 대부분 부과방식의 공공연금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애초 ‘수정적립방식’으로 설계됐다. 처음에 적립된 기금으로 연금을 지급해 기금이 점차 고갈하게 되면, 그 다음 부과방식 연금으로 전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설계 당시 예상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인해 연금제도가 다란 쟁점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현재 유럽의 공공연금 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0%인 데 반해 2040년에야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에서 88년에 시작된 우리의 국민연금 제도는 미숙한 상태이고, 아직은 관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운영에서 정부에 덜 의존적이고 다음세대의 재정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 마련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세계은행은 지난 5월 ‘21세기 노령세대를 위한 소득보조’란 보고서에서 기존 민영화만이 정답이라는 관점을 버리고 나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해결방법이 적용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 정경대의 니컬러스 바 교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들의 다양한 경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국만의 개혁안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세계는 연금개혁중’ 기획은 <한겨레> 특파원과 국외통신원들의 해외취재를 통해 각국의 연금개혁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연금 개혁의 시사점을 찾고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독일 인구 고령화 추이
독일 인구 고령화 추이

19세기 말 세계 처음으로 노동자연금을 도입해 ‘연금의 아버지 나라’로 불리는 독일. 그러나 독일의 공공연금은 최근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 2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최대 위기에 놓여있다.

독일연금보험기금 보유액은 지난 5월 급여 지출액의 7% 수준인 10억유로까지 떨어졌고, 급기야 오는 9월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4억5천만유로의 적자를 낼 것으로 독일보험협회는 보고 있다.

몇년째 실업률이 10%를 웃돌고 임금인상률은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연금 적자시대가 크게 앞당겨진 것이다. 과거 최소한 3개월분의 급여 준비금을 보유하도록 한 규정을 전체 급여 지출액의 20%로 크게 낮췄지만, 이 목표액조차 채울 수 없는 형편이 된 셈이다. 독일은 한달에 2000여만명한테 158억유로의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베른트 라펠휘쉔 교수(경제학)는 “연금 재정이 바닥을 드러냄에 따라, 2006년은 연금 수령자와 납부자 모두에게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의 연금 보험료 부담은 월수입의 평균 20%로 높아지고, 반면에 연금 급여 인상률은 동결되거나 오히려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사정이 이런데도 9월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연금 재정 문제를 쉬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1년 도입 ‘임의가입 개인연금’ 호응 낮아
의무연금 보유액은 고갈…월지출액의 7%
퇴직연령 상향조정·출산장려 등 대안 모색

집권 사민당의 연금문제 고문인 베르트 뤼루프 교수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정년 퇴직연령을 2010년부터 현재의 65살에서 67살로 높여야 할 것”이라며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공적연금 현황
독일 공적연금 현황

독일의 연금제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린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낮은 출산율(한 여성당 1.4명의 자녀)과 고령화라는 각국 공통의 문제 외에, 현 연금재정 시스템인 부과방식을 취약점으로 꼽는다. 독일은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1889년 세계 처음으로 연금제를 도입한 이후 1957년까지 적립식 재정 방식으로 운용돼왔다. 그러나 전쟁 후유증과 인플레이션으로 기금 보유액이 줄어들자 부과식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당대의 노동자에게 보험료를 원천징수해 은퇴자를 먹여살리는 방식으론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독일 정부는 72년부터 연금재정의 안정과 보험료율을 억제하는 긴축재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조기 정년제도 연금 위기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80년들여 시행한 조기 정년제는 결과적으로 연급 급여 지출이 늘어나고 보험료 징수액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아 연금재정을 악화시켰다. 실업률을 낮추는 데도 장기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다.

독일 정부는 2001년 대대적인 연금구조 개편에 나섰다. 우선 ‘세대간 형평성 조정계수’를 도입해 연금 급여가 2030년까지 서서히 줄어들도록 했다. 평균 연금 급여액은 종전의 70%에서 2030년까지 64%로 낮아졌고, 보험료율 인상은 2030년까지도 최대 22%로 억제했다.

이런 긴축 재정으로 급여가 줄어드는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집권 적·녹 연정은 노동자정당이 노동계급을 희생시킨다는 반발을 무릅쓰고 개인연금제를 도입했다. 2001년부터 시행된 이른바 ‘리스터 연금’은 현행 국민연금(법적의무연금)에 병행하는 임의 가입 방식의 개인연금이다. 리스트 연금은 연소득의 0.5%에서 점차적으로 금액을 상향조정해 2008년까지 연소득의 4% 한도 내에서 개인연금 계좌에 적립할 수 있다. 소득이 일정액 이하이거나 자녀가 있으면 연방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국고로 보조한다. 전문가들은 2030년의 법적연금 급여 수준은 순임금의 64%, 개인연금 적립금의 급여 수준은 7%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스터 연금은 적립 방식을 재도입함으로써 패러다임 교체의 첫 걸음을 내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독일 국민들의 호응도가 낮아 지금까지 리스터 연금 가입자는 근로 가능자의 약 20%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리스터연금을 통한 적립식 재정의 재도입을 인정하면서도, 임의가입에서 의무가입으로 바꾸고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뮌헨 소재 독일경제연구소 소장인 한스 베르너 진 교수는 “현행 연금제도와 적립식 연금을 병행하는 절충연금제도로 개혁하는 것이 연금 보장성을 구제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또 자녀양육 연금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연금제는 2001년도 개혁을 분수령으로 패러다임 교체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바닥을 드러낸 연금재정은 개혁을 가속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보훔/양한주 통신원 yanghanju@hanmail.net

[용어설명] 부과식, 적립식  

부과식은 주로 공공연금이 채택한다. 당대의 노동자들(경제활동인구)한테서 마치 세금처럼 보험료를 거둬 당대의 은퇴자들한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금을 받는 은퇴자들은 젊었을 때 당시 은퇴자들을 위해 보험료를 냈던 이들이다. 연속적인 세대간 재분배 시스템인 셈이다. 생산과 고용 등 당시의 경제상황와 별 관계없이 국가가 일정 수준의 급여를 약속하기 때문에 보장성이 강하다. 대체로 연금 가입 때 나중에 얼마의 연금을 받을지를 미리 보장하는 확정급여 방식을 따른다. 때문에 보험료를 내는 노동인구보다 급여를 받는 은퇴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연금재정의 수지 균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적립식은 개인이 각각의 계좌에 적립한 원금과 투자수익을 기반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금 가입기간의 경제상황이나 투자수익에 따라 급여 수준이 달라지는 확정기여 방식이 대부분이며, 주로 민간연금이 채택한다. 부과식처럼 급여의 보장성과 재분배 기능이 약한 반면, 보험료를 내는 처지에선 안정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노동인구보다 은퇴인구가 많아지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적립한 보험료에 근거해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독일의 연금제는 애초 적립식으로 출발했다가 1957년 부과식으로 바꾸었으나, 2001년 이후 다시 적립식을 도입하는 추세다. 보훔/양한주 통신원



“적립방식으로 바꿔야 인구변화에 유연대응”  

요헨 핌퍼츠 독일경제연구소 박사

요헨 핌퍼츠 독일경제연구소 박사
요헨 핌퍼츠 독일경제연구소 박사
“독일 연금의 위기는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연금재정 안정을 위한 정책들이 2~3년 뒤 실패로 돌아가는 시행착오 속에 더욱 급진적인 개혁은 국민들의 반발을 사왔다.”

쾰른 소재 독일경제연구소는 요헨 핌퍼츠(40) 박사(40)는 적립 방식으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보험료가 원천징수되는 부과방식의 연금재정 운영은 사용주들에게 고용비용의 인상을 의미해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실업자 증가와 연금재정 악화 등의 악손환의 고리를 낳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부과방식의 재정 운영방식이 연금재정 위기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인가?

=부과방식은 인구구조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연금이 위기라고 아우성이지만 그런대로 유지가 되고 있는 건, 고출산율의 세대가 아직 근로연령이기 대문이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을 맞고 저출산율의 세대가 근로연령에 이르는 20년쯤 후부터 독일연금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적립방식으로 연금을 운용해왔다면 이런 인구구조 변화에서 오는 문제를 훨씬 유연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연금기금 보유액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연금지급은 계속 보장될 수 있나?

=보험료 징수액과 기금보유액으로 연금급여지출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연방정부의 국고보조를 통해 매월 연금급여가 보장된다. 그러나 국고의 재원은 결국 국민들로부터 징수한 세금이란 점을 염두에 두면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식의 연금지급은 한시적일 수 밖에 없다.

-독일 통일이 연금재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가?

=높은 실업률이 문제다. 실업률이 높을수록 징수되는 보험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옛동독 지역에서 심한 지역은 20%를 웃도는 실업률이 독일 연금재정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리스터연금에 대한 독일근로자들의 호응도가 낮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리스터연금은 일종의 개인연금으로 패러다임 교체를 의미한다. 리스터연금의 산정공식과 국고보조 등이 너무 복잡해서 시민들이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또 리스터연금과 결합된 국고보조금은 다른 노후보장보험을 통해 제공되는 세금혜택에 비해 너무 빈약하다.

-뮌헨 소재 경제문제연구소 소장 한스 베르터 진 교수는 자녀양육 연금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현행 공적연금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산정되는데, 이는 인구고령화에 맞지 않다고 본다. 자녀양육연금이란 가처분소득을 연금급여 산정의 기준으로 하되 자녀 수도 연금산정계수로 추가하자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가 없는 근로자에게 보험료율을 추가적으로 부과하자는 것인데, 일리가 있다고 본다. 우리 연구원에서 준비하는 개혁안도 이를 고려하고 있다. 연금보장의 축으로 기금 형성과 축적을 위해 근로인력자원의 축적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향으로 연금개혁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보훔/양한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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