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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미국·중남미

한인 청소년 27.6% ‘우울증’…부모들, 낙인 찍힐까 ‘쉬쉬’

등록 :2007-06-0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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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 학생회 지난해 일탈행동 경험
뉴스+α ‘버지니아 참극’ 그후 50일
‘왕따·커닝’ 등 작은 비행 많아
병원 대신 교회 의존 문제 키워

“우리 애들은 절대 그런 짓을 할 애들이 아니에요.”

지난해 6월, 미국 메릴랜드주에 사는 한인 청소년 형제가 구속됐다. 죄목은 마약 판매.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 특별기동대(S.W.A.T)가 20g의 마약을 발견한 직후였다. 아이들의 부모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한인 상담전화 ‘케어라인’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케어라인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곤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뿐이었다. 결국 19살 형은 교도소로, 17살 동생은 보호감호소로 보내졌다.

이 사건은 한인 청소년들이 겪는 비극의 한 극단일 수 있지만, 실제 많은 한인 청소년들이 정신적 고통과 크고 작은 비행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겨레>가 입수한 존스홉킨스대 전희순 박사팀의 ‘한인 청소년 행동 조사’ 결과를 보면, 한인 청소년의 27.6%가 우울증 증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보건부가 발표한 전체 미국 청소년의 우울증 비율 12.5%에 견줘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 박사는 “주류 사회와의 단절 문제로 대개 이민자들의 우울증 증상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데, 이번 연구에도 그 특징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한인 청소년들이 마약·음주·흡연을 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었지만, 시험볼 때 커닝을 하거나 친구를 왕따시키는 등 경미한 비행을 저지르는 비율은 높게 나타났다.(표 참조) 이번 조사는 전 박사팀이 미국 매릴랜드주 하워드카운티 한인회와 함께 지난해 10~12월 13~17살 한인 청소년 14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한인 청소년들이 큰 문제를 일으키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문제의 징후가 보여도 대다수 부모들은 ‘사춘기의 일시적 현상’이라고 지나치기 일쑤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지적을 받거나, 경찰이 출동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 뒤에야 자녀의 문제를 깨닫게 되곤 한다.

지난해 케어라인에 접수된 상담 내용을 보면 이런 경향이 확인된다. 504건 가운데 청소년 관련 상담은 13%에 지나지 않지만, 그 내용은 △마약 △게임·인터넷 중독 △가출 등으로 이미 상담이 큰 도움이 될 수준을 넘어선 것들이었다. 반면 아이의 정서적 문제나 부모-자식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 등 예방 차원의 상담은 거의 없었다.


연구에 참여한 케어라인의 조주희씨는 “자녀에 대한 한인 부모들의 기대치가 유난히 높은 상황에서, 언어와 문화 차이로 자녀와 대화가 단절되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긴다”며 “대다수의 한인 부모들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진 뒤에야 상담소를 찾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인 청소년 상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조은숙 상담사 역시 “학교의 권유나 법원 명령이 떨어져야 ‘울며 겨자먹기’로 상담소를 찾는다”며 “무조건 ‘우리 애에게 이상이 있을 리 없다’고 부인하거나, 심지어 ‘돈은 다 낼테니 상담시간을 다 채웠다는 사인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한인들이 병원이나 상담소 등에서 전문 치료를 받는 대신 교회에 의지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씨의 어머니가 아들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지니아 일대 여러 교회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한 게 예외적인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조 상담사는 “아이가 자칫 정신병 환자라는 낙인이라도 찍힐까 우려해 ‘쉬쉬’하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높다”며 “치료 시기를 놓쳤다가는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충고했다.

볼티모어/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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