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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헤리리뷰

“문재인 정부 ‘코로나 대응’…방역 신속했지만 사회·경제 정책은 지체”

등록 :2020-05-11 09:48수정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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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참여연대·한겨레 공동주최
‘코로나19’ 대응 및 정책 평가 토론회

고용 안정·유지 정책 전향적이나
“위기의 규모·심각성에 견줘
취약계층 보호 대책 역부족”
특고 “현실성 결여 생계 대책 개선을”

“기업 175조 대 민생·고용 47조
대기업 중심·지나친 불균형 지원
‘고용 전제’ 기업 지원 원칙 명확히 해야”

“위기 속 복지국가 기틀 구축 기회
사회·경제 정책 재구조화 필요
‘비상사회경제회의’로 전환해
사회·경제 정책 균형 있게 추진해야”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쓰나미 속에 정부의 방역 대책은 ‘신속'하고 ‘강력’했다. 지금까지 경과로 볼 때 방역은 다른 나라에 견줘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지원을 포함한 경제정책도 전례 없는 규모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민생과 직결되는 고용·복지 정책을 중심에 놓고 봤을 때는 평가의 결이 다르다. 현 정부의 사회·경제 정책은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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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 위기, 한국이 복지국가인지를 묻는다’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 위기, 한국이 복지국가인지를 묻는다’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이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 전례 없는 위기에 정책 한계 노출

지난 5월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 위기, 한국이 복지국가인지를 묻는다’를 주제로 열린 한국노총·민주노총·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참여연대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신속한 방역 대책과 달리 급작스러운 휴업과 휴직, 실직 등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위기의 규모와 심각성에 비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고용을 유지하려는 정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는 경제정책뿐 아니라 고용·복지 등 부문별로 사회안전망 대책을 쉴 새 없이 내놨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을 보면 전향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이 적지 않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늘리고 무급휴직자나 프리랜서 등에게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급 범위를 놓고 논란을 빚었던 긴급재난지원금은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했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제로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에도 운을 뗐다. 177석을 지닌 ‘힘 있는 여당’이 입법화에 적극 나설 경우 파급력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노동계와 학계 등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취약계층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코로나19 위기와 한국 복지국가의 민낯’을 주제로 발표한 윤홍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인하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세계 경제성장의 기관차가 멈추고, 각국 정부가 전례 없는 확장적 재정정책까지 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여전히 재정건전성이라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코로나 대응에서 방역은 성공했지만 사회·경제 정책은 굉장히 미흡하다. 심하게 말하면 실패했다고 본다”며 “지금이라도 과감하고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 취약계층 직격탄…현실성 떨어진 대책

현재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곳은 노동시장이다. 실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3월 구직급여 신청자 수가 전달에 견줘 46%나 급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팬데믹이 머지않아 변곡점을 찍는다 해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한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고, 이는 바로 노동시장의 대규모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우려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면서 기업 규모·업종·근무 연차와 관계없이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 위기 상황이 모든 산업 영역으로 확산 중”이라며 “코로나19 초기 연차 사용 강요로 시작되었다가 이제는 무급휴직을 거쳐 해고와 권고사직 통보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누구보다 고용보험 울타리의 바깥에 있는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에게 집중되고 있다. 통계청 집계를 보면, 2019년 8월 기준으로 전체 임금노동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70.9%이며 이 중 정규직은 87.2%이나, 비정규직은 44.9%에 그친다. 자영업자의 가입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0.18%에 불과하다. 배재홍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총괄본부장은 “정부의 자영업 대책은 대출을 앞세운 금융 지원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빚내서 빚 갚는 악순환에 갇혀 그 문턱에서 넘어진 자영업자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4월 석 달간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정부 대책은 너무 부실하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위기 대응이 지나치게 기업 중심이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4월22일 비상경제회의 때 발표된 정부의 항목별 지원을 보면, 기업 안정에 175조원을 쓰는 반면 민생과 고용 지원은 47조원에 그친다. 윤 위원장은 “기업 지원을 중심으로 불균형이 심해 중소기업, 자영업자, 불안정 노동자 등에는 최소한의 범위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고, 배 본부장은 “낙수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제 관료에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노동계는 기업 지원금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것인 만큼,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재정 지원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헌법 제76조에 의거해 대통령령으로 해고금지 긴급 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에 근거해 모든 기업에서 6개월간 한시적 해고금지를 하자”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은 지난 50년간 딱 두 번 있었다. 최근 사례는 1993년 8월13일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 실시를 위해 발동했다.

이른바 ‘특고’라고 하는 특수고용노동 현장에선 현실성 없는 지원 기준과 턱없이 부족한 규모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주환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는 1차 긴급생계지원 대책에서 특고직 지원 대상을 14만2천명으로 잡았으나 현장에선 250만명, 노동연구원은 220만명으로 추산한다”며 “그나마 2차 대책에서 지원 대상을 93만명으로 늘렸지만 지원금은 월 50만원에 최대 3개월에 그친다”고 말했다. 특고 노동자들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도, 증빙서류를 요구받고 또 관련 서류 발급을 이유로 건당 5천원을 줘야 하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특고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실효성 있는 생계 지원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 “복지국가 기회…사회안전망 다시 짜야”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부실한 민낯이 또렷하게 드러난 만큼 사회보장제도의 보편성을 확대하고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과거 스페인 독감 때 스웨덴이 복지국가 기틀을 마련했고, 2차 세계대전으로 각국 경제가 피폐해졌을 때 영국은 복지국가의 근간이 된 ‘베버리지보고’를 만들었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방역은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릴 기회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 위원장은 “현 정부가 내놓고 있는 고용·복지 대책은 이전 정부에 비해 의미 있는 내용이 적지 않음에도 수많은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지금 쏟아지는 대책이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화와 함께 사회·경제 정책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비상경제회의를 비상사회경제회의로 전환하고,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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