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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사회적기업 10년, 양적성장 넘어 ‘시즌 2’ 준비해야”

등록 :2017-06-28 20:45수정 :2017-06-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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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육성법 10주년 정책토론회
현장 전문가 등 쓴소리·제안 쏟아내
“비약적 성장 불구 새로운 혁신 실패”

민관 거버넌스 강화·인증제 폐지 등
‘새로운 10년’ 위한 정책 과제 제시도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사회적기업활성화전국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열린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사회적기업활성화전국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열린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2014년 인증심사시 공정무역 단체의 사회적 기여가 국내가 아닌, 해외이기 때문에 사회목적 실현에 의문이 있다는 논리로 사회적기업 인증 확보에 실패. 이후, 인증업무를 대행했던 기관은 ‘국내에 기여를 더 많이 하는 것 - 제품 기부, 취약계층에 대한 공정무역 교육 등’을 권고.”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사회적기업활성화전국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열린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1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가 발제문에 언급한 내용이다. 지난 5월31일 열린 ‘사회적기업 정책환경 개선 간담회’에서 공정무역 단체 아름다운커피의 한수정 사무처장이 한 말이라고 한다. 변 대표는 “네팔 최빈곤층의 경제적 곤궁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아름다운커피의) 공정무역이 남의 나라를 돕는 일이므로 사회적기업이라 칭할 수 없다는 논리는 차마 국제사회에서는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논리”라며 “이와 같은 논리에 따라 공정무역, 공정여행, 에너지, 적정기술, 의료·의약품 보급, 교육서비스 개발 등을 통해 저개발 국가 빈곤지역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은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변 대표는 ‘당사자 입장에서 본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의 문제점과 발전과제’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현행 사회적기업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변 대표는 사회적기업인 트래블러스맵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날 그의 발제는 사회적기업 당사자로서 느껴온 갈증이 녹아 있는 생생한 현장 증언으로도 볼 수 있다. 그가 ‘사회적기업 정책환경 개선 간담회’에서 쏟아졌던 발언을 토대로 진단한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현주소는 이렇다.

“사회적기업의 성장은 정체되어 있으며, 소셜벤처의 인증 참여는 저조하다. 정책결정과 집행에서 사회적기업 현장 조직은 배척되고 있으며, 사업개발비는 나눠주기식이고, 지원금 지급방식은 자율성이 최소화되어 있어 활용이 어렵다.”

변 대표는 “지난 10년간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은 사회적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마중물 역할을 해왔음이 분명하지만, 대내외적 환경의 변화와 대상의 성장에 따른 새로운 혁신에 실패하며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그는 우선 ‘민관 거버넌스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는 민간과의 협력 또는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따라 지난 9년간 민간의 참여는 점차적으로 배제되었다”고 짚었다.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심의회 산하 ‘사회적기업육성전문위원회’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이사회에 사회적기업가가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적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도 거의 없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이 교수·연구자들로만 채워져 현장감 있는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그는 “현장성이 취약한 정책은 신뢰성 및 정책의 효용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장 전문성을 가진 민간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했다.

인증제도의 유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사회적기업 정부 인증제가 초기 사회적기업의 확장에 큰 역할을 해왔지만, ‘확장’보다 ‘통제’가 우선됨으로써 형식적 요건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다양성은 약화되고 효용성은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실현하려는 ‘사회적 목적’이 다양한데, 인증제도가 지나치게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변 대표는 “정부의 인증제도가 사회적기업의 다양성과 혁신성을 제한해 사회적기업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제한은 새롭게 등장하는 혁신의 에너지가 사회적기업 내부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해 결국 ‘사회적기업은 낡았다’는 이미지까지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제도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원이 인건비 중심으로 이뤄지고, 사업개발비는 사용 용도와 금액의 제한으로 결국 ‘홍보비 나눠 갖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인건비 지원의 경우, 신규 인력에 대해서만, 그것도 해마다 액수를 줄여 가는 방식(첫해 70%, 2·3년차 60%, 4년차 50%, 마지막 해 30%)으로 이뤄져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변 대표는 평가했다. 그는 “이런 지원제도는 신규 고용을 촉진하는 제도이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거나 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제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사회적기업 10년’의 성과도 적지 않다. 이날 토론회에 변 대표와 함께 발제자로 나선 이은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은 △시민이 중심이 되어 커뮤니티 문제를 해결하며 자조적인 경제주체로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청년세대가 새로운 사회혁신 활동에 나서는 데 기여했으며 △사회적기업의 출현과 지원사업 과정에서 영리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질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 등을 성과로 꼽았다.

문제는 지난 10년의 성과로 새로운 10년을 준비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기조발제자인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10년의 역사는 정부주도적인 정책 추진을 통해 사회적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시민권을 확보한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10년의 역사는 민간주도의 성장의 역사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 대표의 지적은 좀 더 직접적이고 신랄했다. “우리에게는 10년동안 묵혀왔던 관성이 있고, 10년동안 해소되지 않은 불신이 있으며, 10년 동안 쌓아온 울분이 있다. 그것이 해소되는 데에는 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10년’을 위한 과제는 뭘까?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 법인격 신설 △민관 거버넌스 구축 △지원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현행 인증제도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뿌리내리기 위해 진입구를 협소하게 규정하는 제도로, 지난 10년간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 저변은 크게 넓어졌다”며 “따라서 인증제도는 역사적 소임을 다했으며 다음 세대의 제도로 교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증제의 대안으로 검토돼온 것이 ‘사회적기업 법인격 신설’이다. 영국의 ‘공동체이익회사’(CIC, Community Interest Company)가 벤치마킹 사례로 꼽힌다. 김 교수는 “영국은 CIC를 새롭게 만듦으로써 사회적기업의 비약적인 성장의 단초를 열었다”며 “우리도 현행 사회적기업육성법 안에 가칭 ‘사회적목적 회사’라는 이름의 새로운 법인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법인격은 상법상 회사처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하되, 이윤 배분 제한, 청산시 잔여자산 처분 제한 등의 규제를 부과하자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성룡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은 “법인격 도입으로 사회적기업의 양적 성장과 지속가능성 제고가 가능할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다른 조직형태의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논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세계의 어떤 사례를 보더라도,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민관의 협력적 거버넌스 없이 발전할 수 없었다”며, 민관 거버넌스 재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서울시의 경우, 사회적경제 담당 공무원을 비롯해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등 당사자 조직, 광진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등 지역조직, 한국사회투자 등 중간지원조직이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조직인 ‘서울시사회적경제민관정책협의회’에서 예산 편성 및 집행, 부문별 발전전략,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 전략 등 모든 논의를 주도한다.

서울시 사회적경제 민관 거버넌스 구축 사례. 출처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 사회적경제 민관 거버넌스 구축 사례. 출처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민관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당사자 조직의 대표성과 주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 교수는 “사회적기업 정책 수립에 사회적기업 당사자의 참여와 개입을 확대해 올바른 정책수립과 함께 정부 정책 의존성을 줄여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도 “사회적경제 정책에서 당사자 조직이 주체의 하나로서 민관협력체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당사자 조직 및 민간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 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원제도와 관련해선, 신생 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의 양적 확충에 집중돼 있는 인건비 지원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센터장은 “사회적경제 기업의 고용 창출력은 창업기보다는 매출 발생 이후인 성장기에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적기업 창업기 전후 5년간 한시지원으로 설계된 현행 인건비 지원제도를,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성장기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고용확대 과정에도 개방하고, 기업별 한시지원이 아니라 피고용자별로 노동능력에 따른 차등 지원 방식으로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사회적기업의 개념 재정의를 통한 취약계층 중심 이미지 탈피 △정책 파트너십을 통한 과제별 맞춤형 지원 △사회적금융 활성화 등도 향후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에서 네 번째)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1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에서 네 번째)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1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사회적기업 1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민동세 이사장 등 사회적기업 유공자로 선정된 사회적기업가 및 단체 등에 대한 포상 수여식도 진행됐다. 이낙연 총리는 기념사에서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를 줄여나갈 대안의 하나로 사회적경제를 주목하고 있다”며 “‘사회적경제 기본법’ 등 사회적경제 관련 3법을 제정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처럼 공공의 가치를 중시하는 조직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적인 토대를 만들고, 사회적기업이 진출할 영역도 더 넓히겠다”고 말했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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