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한 지 30개월 만인 10일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미국·유럽연합(EU)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에 견줘 한-중 협정의 개방도는 낮은 편이지만, 우리 수출과 수입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각각 24.9%, 16.6%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워낙 크다. 경제적 의존도와 지역적 인접성을 고려할 때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간 협상 타결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에도 상당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협정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회담 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은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협정 합의 의사록에 서명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상회담 뒤 언론 브리핑에서 “실질 타결이란 앞으로 추가 협상 등 남은 쟁점 사항이 없이 완료됐다는 뜻”이라며 “문안 작성, 법률적 검토 등을 거쳐 연말까지 가서명을 하고,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동의 등을 거쳐 내년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양국 협상팀은 지난주부터 이날 새벽 2시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여 최종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정으로 두 나라는 20년 이내에 1만2000여개 품목 가운데 90% 이상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10%에 가까운 양허 제외 품목에 농수축산물을 대거 포함시켰지만 국회 비준 과정에서 농어민의 반대 등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는 일단 ‘포지티브 방식’으로 개방 대상을 열거해 시장을 한정적으로 개방하고, 2년 뒤 추후 합의를 거쳐 개방 예외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 현행 법제가 개방폭이 훨씬 큰 네거티브 방식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이 큰 까닭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중국 간 교역 규모는 2289억달러이며, 우리 수출과 수입에서 중국의 비중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한 가공무역 비중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중국은 가공무역에 대해서는 관세를 대부분 환급해주지만 최종재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이중 세제 정책을 쓰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제 성장 전략에서 내수 비중이 대폭 커진 상황에서 이번 협정 타결은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을 공략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은 “역대 최대 규모인 연간 54억4000만달러의 관세 절감 효과가 생긴다”며 “중국 내수 소비재 시장 진출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질적 타결이 됐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세부 사항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서명·발효 절차도 신속하게 추진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도 “(지난 7월) 한국 방문 때 양국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전면적이며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관해 (박 대통령과) 합의한 바 있다”며 “양쪽의 공동 노력에 의해 협상이 중대한 진전을 거두는 소식을 접하게 돼 기쁘다”고 화답했다.
정세라 기자, 베이징/석진환 기자 seraj@hani.co.kr
▶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체결…FTA 교역 비중 61%로 높아져▶ 수석대표 첫 대면 뒤 닷새동안 ‘밀당’…한-중 정상회담 105분 앞두고 ‘합의’ ▶ 쌀 관련 16개 품목은 제외…육우 등 589개 10년내 관세 철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