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토교통부가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가 부풀려졌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소비자들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표 하루 만에 피해 보상을 받으려는 단체소송 참여자가 4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두 차의 표시 연비가 적합하다며 국토부와 다른 의견을 밝힌 것이 소비자들의 소송 승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들도 정부의 불협화음을 핑계로 소비자 보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집단소송제 도입 등 소비자 구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단체소송을 추진중인 법무법인 예율의 김웅 변호사는 “소송 참여를 받는 누리집을 연 지 하루 만에 참여자가 400명을 넘어섰다. 참여 신청이 폭주해 서버를 늘렸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현대차 등 회사 쪽이 정부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이상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현대차 등은 산업부가 내린 적합 판정을 앞세우며 보상 책임을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예율 쪽은 1인당 보상금을 150만원(싼타페 기준)으로 책정했다.
현대차와 쌍용차 쪽은 국토부에서 전날 부과받은 과징금(최대 10억원) 납부 여부와 소비자 보상 계획 등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이날 밝혔다. 당분간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다. 현대차는 전날 정부의 발표 직후 “산업부 결론과 달라 국토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 보상은커녕 정부의 엇갈린 발표를 내세워, 과징금 부과 결정에 불복할 가능성까지 내비친 셈이다.
두 회사가 소비자 보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 고객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민사소송이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구제 방법이다. 정부는 이미 “정부가 자동차업체에 직접적으로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소비자 피해 구제에 발을 뺀 상태다.
현대차와 쌍용차가 소비자 피해에 대해 부정적 태도로 나오는 것은 국내에 소비자 피해 구제 제도가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은 탓도 있다. 2012년 11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현대차와 기아차 13개 차종의 연비가 부풀려졌다고 발표하자, 현대차는 곧장 자발적 보상 프로그램을 내놓는 한편 미국 법원의 중재 아래 모두 3억9500만달러(약 4200억원)의 소비자 피해 보상금을 내놨다.
현대차의 이런 상반된 대응은 미국 집단소송제의 위력을 의식한 탓이 크다. 이 제도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한명이라도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나머지 피해자들은 별도의 소송 절차를 밟지 않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송에서 지면 기업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피해자 쪽에 먼저 중재안을 내놓는 등 타협에 적극 나선다. 김차동 한양대 교수(법학)는 “집단소송제는 소비자 보호 제도인 동시에 기업들의 과실 내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국내에서도 집단소송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