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약속 중에서 일부 핵심사안들이 대선 공약집에서 누락 또는 변질된 사실이 금산분리 강화 관련 항목 외에도 추가로 확인됐다. 공약집에서 빠지거나 바뀐 내용들은 모두 재벌들이 반대했던 내용들이고,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토대가 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의 법 개정안과도 달라 차기 정부 출범 전부터 경제민주화 후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1월17일치 1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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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교수)는 2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 분석과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16일 경제민주화 관련 5대분야 35개 실천과제를 발표하면서 첫번째로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방안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가조정협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하도급법에서는 중소 하도급업체에게 납품단가 인상요인이 발생했을 경우 중소기업조합이 대신 대기업에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납품단가 조정신청제’를 두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더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대선 열흘 전에 내놓은 정책 공약집에는 이 항목이 아예 빠져 있다. 또 박 당선인은 대기업집단(재벌) 관련 불법 행위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엄격 대처하겠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배임·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실천모임도 지난해 7월 민현주 의원의 대표발의로 이런 내용의 특경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정작 공약집에서는 ‘배임’은 빠지고 ‘횡령 등’으로 축소 표현됐다. 또 박 당선인이 약속한 ‘회계부정에 대한 처벌 강화’도 공약집에선 빠졌다. 특경가법상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범죄 유형에 배임의 포함 여부는 현실적으로 큰 차이를 낳는다. 일 예로 지난해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죄목은 업무상 배임이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2008년과 2007년 각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을 때도 배임죄가 적용됐다. 이 때문에 재벌의 이익단체인 전경련 등은 줄곧 기업인의 경영행위에 대한 배임죄 적용은 ‘과잉’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보고서를 작성한 경제개혁연구소의 위평량 연구위원은 “특경가법 제3조는 적용 대상 범죄의 유형과 관련해 형법 제355조(횡령·배임)를 포함시키고 있는 만큼 공약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횡령은 물론 배임과 나아가 탈세, 분식회계도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은 또 금산분리 강화와 관련해 일반지주회사에 속한 금융계열사 숫자나 자산총액이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공약집에서는 빠졌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일반 지주회사도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 조항을 뺄 경우, 애초 박 당선인이 약속한 금산분리 강화 취지에 배치된다. <한겨레>는 이에 앞서 박 당선인이 금산분리 강화 차원에서 재벌 소속 금융보험 계열사가 보유 중인 비금융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실제 공약집에서는 오히려 금산분리 약화를 초래하거나 별 차이가 없는 내용으로 바꾼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또 공정위의 정치적 독립성 강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 차별해소와 특수고용직 종사자 권익보호 약속도 최종 공약집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수차례 공약 이행을 다짐했고, 지난 25일과 26일 인수위 경제1분과와 2분과 업무보고에서도 경제민주화가 새 정부의 중요한 목표라며 공약 이행을 재차 강조했던 터라, 재벌이 반대해온 일부 쟁점 항목들이 공약집에서 빠진 것은 경제민주화 의지 후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위평량 연구위원은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약속이 공약집에서 소리 소문 없이 빠지거나 바뀐 것은 경제민주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재벌 봐주기를 위한 의도적 변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박 당선인의 극소수 최측근 인사들이 마지막에 경제민주화 공약을 손질해서, 당 안에서도 공약이 바뀐 내용이나 과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따로 발표한 것은 공약집에 없어도 다 공약이다. (당선인이) 중간 중간에 한 말씀을 모두 공약집에 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조혜정 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