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6월, 국제표준화기구(ISO) 그림표지의 국제표준 소관 기술위원회에 일본 대표단이 새로운 그림표지(픽토그램) 제안을 냈다. 불이 났을 때 대피할 길을 알려주는 비상구 표지였다. 1970년대 중반 비상구 그림표지안을 먼저 내놨던 옛소련은 흥분했다. 그로 부터 2년간 두 나라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고, 승자는 일본이었다. 세계는 그 이후 일본이 제안한 비상구 표지를 공통으로 쓰고 있다.
그림표지는 전세계 누구나 연령과 교육 정도에 상관없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탁월한 디자인 능력 뿐만 아니라 축적된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일본과 옛 소련이 다툰 이유가 그런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 그림표지의 표준을 정하는 국제표준화기구 소관 기술위원회 총회가 10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나흘간 일정으로 개막됐다.
그림표준에 있어서는 한국이 이제는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국제표준 그림표지 163종 가운데 32종이 ‘한국산’ 디자인이다. 2002년부터 뒤늦게 제안을 시작했는데 벌써 국제표준 10개 중 2개를 차지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우리나라가 새롭게 제안한 소방서 등 10종의 그림표지가 현재 심의단계에 있다.
그간 채택된 한국산 표지는 병원(맨 왼쪽 부터)과 물품보관소 등의 공공안내표지가 9개, 비상대피소·애완동물금지 등 안전표지 23가지가 있다. 한국은 여기에 조류보호구역, 공항버스 등의 신규 그림표지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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