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요금 순위 변화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요금 순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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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요금 인하 요구에 대해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면서 우리나라 통신요금이 외국보다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 물타기를 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소비자·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방통위는 통신업체 홍보팀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요금은 다른 나라에 견줘 최고 수준으로 올랐는데도, 2004년 이후 한번도 내리지 않았다. 그동안 요금 인하 요구가 빗발칠 때마다 방통위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외면해왔다. 방통위의 논리는 ‘정부개입 불가’와 ‘시장 자율’로 요약된다. “이동통신 업체 스스로 요금을 내릴 수 있게 해야지, 정부가 개입하면 시장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런 논리를 내세워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진한 ‘이동통신 요금인하를 통한 통신비 20% 인하 공약 이행’ 전략도 무력화시켰다.

반면 국내 이동통신 요금이 외국보다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1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평균치보다 높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방통위는 담당국장 브리핑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결과는 기본료가 높은 대신 통화료가 낮고, 요금감면과 할인이 많은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제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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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결과의 최종본을 초안과 비교하면, 국내 이동통신 요금 순위가 2~4단계씩 내려가 있다. 이는 국내 이동통신 요금이 외국보다 비싸 보이지 않게 하려고 방통위가 애를 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지난달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세계 최고수준이란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가 발표됐을 때도 파장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담당과장이 브리핑을 통해 “통신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로 분석했고,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에도 오류가 많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조사결과에 대해 반박만 할 뿐, 국내 이동통신 요금 수준을 보여주는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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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와 소비자원의 나라별 이동통신 요금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최근 2~4년 사이에 외국에 비해 크게 비싸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용량과 인구집중도 등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를 대상으로 비교했을 때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대상 비교에서는 평균치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량 이용자 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여섯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왔다. 정부가 시장친화적 정책을 빌미로 요금 인하를 외면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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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방통위의 반박 논리가 이동통신 업체들의 주장과 거의 똑같다는 데 있다. 이는 방통위가 소비자 권익보다 이동통신 업체들의 이해와 손익을 더 따지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의 근거다. 상품이나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가 가격이나 이용료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도 ‘시장’인데, 굳이 방통위가 나서 공급자 편을 들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방통위의 이중적 행태는 반박 자료에 있는 이른바 ‘향후 대책’에서도 나타난다. 방통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조사결과에 대해 반박하면서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비싸게 조사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기본료가 높고 통화료가 낮은 요금제’를 꼽았다. 높은 기본료 때문에 이동통신 요금 순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책’에서는 선불요금제 활성화 유도와 무선인터넷 이용료 인하 따위의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고 있다. 기본료 인하 요구가 나올 것을 우려해 초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또 방통위가 소비자·시민단체·정치권 쪽을 향해 인위적인 요금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이동통신 업체들의 입맛에 맞춰 요금인하 기준을 주는 것이란 지적을 받게 하기에 충분하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국제기구나 전문기관의 통신요금 분석결과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반박하고 물타기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라며 “방통위 행태를 보면 이동통신 업체 홍보팀과 다를바 없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