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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2 22:57 수정 : 2009.01.23 10:06

장하성 고려대 교수

장하성 고려대 교수 MB 비판 포문
“경제를 이념대립의 장으로 몰아 잘못된 선택”
“경제 위기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대표적 시장경제주의자인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경제를 이념적 대립의 장으로 몰아가는 등 잘못된 전략적 선택을 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미래 희망을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액주주운동 주창자이기도 한 장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경제개혁 포기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는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장 교수는 22일 희망제작소가 서울 종로구 희망제작소 강당에서 연 신년특별강연에서 ‘한국경제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이념적 방향은 다르지만 행태적으로는 너무 닮아가고 있다”면서 정치지도자의 전략적 오류, 기득권세력의 개혁에 대한 저항, 시장경제시대에 개발경제 패러다임 적용, 세계경제 흐름에 반하는 경제운용, 재계지도자의 시장경제 비전 부재 등을 한국경제의 희망을 멀어지게 하는 5대 요인으로 꼽았다.

 장 교수는 “요즘 정부여당은 언론이나 은행을 재벌에 주고, 대운하를 파려고 하면서 이를 모두 일자리 창출에 연결시키는데 그 숫자를 합하면 현재의 실업자수보다 더 많다”면서 “은행을 재벌에게 주면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정부가 2월 임시국회에서 금융-산업자본 분리원칙 완화 등 쟁점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법안들은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시급하지도 않고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 없는 사안인데 나라를 왜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정치적 사안들은 뒤로 미루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정부는 국민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때는 국제관례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절대 안된다고 하더니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는데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경제를 살리려면 여의도나 농수산물시장 같은 경제현장으로 달려가 국민들과 함께 해야지 왜 (비상경제회의의) 지하벙커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엠비물가 단속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에게 사퇴하라는 정치적 외압이 가해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소액주주운동에 다시 뛰어들어 꼭 저지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몇일만에 본인이 자진사퇴해버려 너무 안타까왔다”면서 “이는 시장경제를 망치는 것이고 개발독재와 관치경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교수는 포스코 주총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기업과 시장을 동일시하는 등 시장경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는 없애야 하지만, 시장의 공정한경쟁을 위한 규제는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요즘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장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초 집권하자마자 환율을 올리겠다고 시장개입을 천명했는데 결과적으로 환투기를 부채질했고, 한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면서 “새 경제팀은 시장개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경제 회복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직 고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극복을 얘기하기는 이르다”며 신중론을 폈다. 장 교수는 그러나 “외환위기 때 나라가 곧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결국 극복해냈다”면서 “결국 사람이 희망인데, 우리는 그런 역량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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