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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28 19:25 수정 : 2008.12.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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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전문가 10명이 꼽은 ‘올해의 블랙스완’

18세기 유럽의 조류학자 2명은 신대륙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 마리의 새를 보는 순간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검은 백조(블랙 스완). 수천년 동안 수백만 마리의 흰 백조를 보면서 다져진 정설,‘백조는 하얗다’는 이렇게 무너져 내렸다. 추석연휴 직후였던 지난 9월15일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됐다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순간 충격에 빠졌다. 오 파트장은 “얼마 전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는 ‘한국의 메릴린치’였다”며 “ 미국의 투자은행(IB)들을 벤치마킹하고 있던 증권업계에 이 뉴스는 말 그대로 ‘블랙스완’이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마이너스 성장시대 등 꼽혀
내년 달러·미 국채폭락 가능성 전망도

■ 블랙스완 신드롬…최고 충격은 리먼 파산 지난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블랙스완’은 국내 금융계에도 유행어로 떠올랐다. 올해 가장 대표적인‘블랙스완’은 무엇이었는지 국내 경제·금융전문가 10명에게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미국 투자은행의 몰락을 꼽았다. 투자은행 업계 3, 4, 5위인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가 모두 문을 닫았고, 1·2위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게임의 룰을 만들던 투자은행들이 한꺼번에 망해버린 것이 가장 쇼킹했다”고 말했다.

특히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언제 누가 망할지 모른다’는 불신이 퍼지면서 신용경색이 심각한 양상으로 변해갔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리먼 파산은 미 금융당국 위기관리의 실패”라고 말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수십년동안 과연 리먼을 파산시켜야 했느냐는 논란과 왜 파산시켰을까 하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리콥터로 달러를 뿌려서라도 경기침체를 막겠다’며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행보를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지난 16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0.25%로 낮춘 것은 충격적인 조처였다”고 말했다. 제로금리는 미 연준 사상 최초의 일이다. 김용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금융선진화팀 국장은 “미 연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이 사상 유례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며 “이런 조처들이 수년 뒤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자체가 블랙스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파워를 자처하던 미국은 이번 위기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고, 위기가 발생한 뒤에도 우왕좌왕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외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진입한 사실, 이에 따른 각국 정부의 동시다발적 대규모 구제금융 투입 등도 블랙스완으로 거론됐다.

■ 내년 나타날 수 있는 블랙스완은?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한다면 엄청난 파급을 가져올 ‘블랙스완’으로 가장 많이 꼽힌 후보는 미국 달러화와 미 국채 가치의 폭락이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과)는 “달러화는 장기적으로 하락추세를 보여왔는데, 이번 위기에 미국에서 너무 많은 달러를 찍어 내고 있는 것을 계기로 폭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며 “이 경우 전세계 경제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가격은 지금 꼭지여서 내려갈 일만 남은데다, 내년에 물량은 두배로 늘어난다”며 “세계 각국이 미 국채를 내다 팔면서 미 국채가 휴지가 되거나 금리가 폭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0~5%의 저성장)을 꼽은 전문가들도 있었다. 오현석 파트장은 “한해 12%씩 성장하던 경제가 1~2%대로 떨어진다면 큰 충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연구원은 “중국의 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지면 중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쟁’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이종우 센터장은 “공황은 과잉생산능력으로 인한 것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으로 인위적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며 “1930년대 대공항도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씨티그룹, 지엠(GM) 등 대형 금융사·제조업체의 연쇄 도산 △전세계의 무분별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유동성 함정’ 또는 (정반대로) 초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폭등 △국내 아파트 가격 반토막과 가계대출 부실화 △국내 경기침체 심화와 실업자 급증에 따른 소요사태 등이 일어나선 안될 블랙스완으로 꼽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씨티그룹이나 지엠 등이 추가로 파산한다면 정말 대공항이 올 지도 모른다”며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미 정부가 그렇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환 연구위원은 “실업자 증가, 부동산 폭락 등으로 국내 경제위기가 심화하고 여기에 정치적 불안정성이 겹치면 소요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우리나라는 남미처럼 선진국 문턱에서 영원히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설문 조사 대상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김용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금융선진화팀 국장,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전략팀장. (가나다순)

■ 블랙스완(black swan)

금융계에서 말하는 ‘블랙스완’은 레바논 출신 미국 금융분석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난해 출간한 <블랙스완>이라는 책에서 유래했다. 18세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서 ‘백조는 하얗다’는 상식이 깨진 사건을 인용하면서, 블랙스완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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