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맺은 에프티에이(FTA)에 모두 투자자-국가간 소송 조항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2004년 2월 체결된 미-호주 에프티에이에서는 이 조항이 빠졌다. 하지만 이를 특수한 예외라고 볼 수 있는 사안이 전혀 아니다.
미-호주 에프티에이는 미국이 지난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체결한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오이시디, OECD) 회원국과 맺은 첫 에프티에이였다.
호주 정부는 미국과의 1차 협상 두달 전인 2003년 1월15일까지 산업계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의견을 제출받는다. 이때 호주변호사협회는 “나프타의 투자자-국가 제소의 분쟁사례를 볼 때 이 제도와는 적절한 한계선을 긋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냈다. 호주 정부는 결국 1차 협상 보름 전에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채택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실린 공식 문서를 발표했다.
호주 국내의 이런 우려를 일관되게 밀어붙인 호주 정부는 결국 농업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들어주면서 관철시킨다. 미국 또한 야당이 다수인 호주 의회에서 투자자-국가간 소송제가 딜브레이커(협상을 깨는 사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조항의 삽입을 포기하고 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호주 양국간 경제발전 수준이 비슷하고 ‘동일한 영미법 체계’여서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 점이 배경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애초 미국의 간접수용 부속서 채택 요구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내세운 논리는 이와 반대로 “미국과는 법체계가 달라서”였다.
법무부의 정수봉 검사는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우리도 오이시디 회원국으로서 우리 국내 법제를 미국이 신뢰해 줄 것을 요청하여 투자자-국가간 분쟁조항 배제를 주장해야 한다”면서 “미-호주 에프티에이가 특수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로 인해 새로운 표준이 세워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우리에게 유리한 것을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