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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 중이던 1862년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공유지 3만에이커(약 3만6천평)를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한 ‘모릴법’에 서명한다. 모릴(J.S.Morrill)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으로 미시간 주립대학 등 농학과 공학을 특성화한 대학 69개교가 설립된다. 이들 대학의 설립은 미국의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는 노둣돌이 된다. 그것은 대학이 ‘점잖은 교양인’만이 아니라 산업화 기수를 양성해달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조처였다.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교육인적자원부 요구를 받아들여 행정도시에 국립대 설치를 배제했다. 국립대 구조조정 상황에서 ‘세상에서 으뜸가는 도시’인 ‘세종시’에 또 하나의 국립대나 지방 국립대의 양적 확대를 허용할 수는 없다는 이유다. 그런데, 통째로 대학 이전이 아닌 서울소재 사립대의 지방캠퍼스 설치는 허용했다. 서울소재 사립대의 양적 확대를 정부가 나서서 촉진한 셈이다. 수도권 확대정책과 다름없다.

사실 교육부의 이런 조처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당해 년도 고교졸업자의 5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른바 ‘보편적 고등교육체계’로 가면서 지방의 특수목적대학을 모두 없앤 그들이었다. 공주사범대, 부산해양대 등 지방에서 특성 있는 대학들이 일반대학으로 변해 지방의 ‘그런 저런’ 대학이 된지 오래다. 그로 인해 우수한 서울지역 인재들이 특수목적 대학을 찾아 지방으로 ‘하방’하는 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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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스웨덴이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길 때 첫째 기준은 공공기관 기능에 맞는 인재의 충원여부였다. 해양관련기관이 수도에서 이전할 때 입지선정은 해양관련 대학이 존재하느냐가 주요 기준이었던 것이다. 행정도시는 행정·정책의 집적지역이다. 이에 필요한 인재를 쉽게 동원할수 있어야 한다. 그 주무부서가 교육인적자원부이다. 그리고 국가적 과제의 수행은 국립대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 행정도시 건설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적인 분산·분권정책의 상징이다. 국립대 배제는 이런 국가정책과 행정도시 건립 목적에 어긋난다.

링컨이 서명한 모릴법은 ‘미국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법’이라고 평가받는다. 100년이 지나서 나온 이 평가는 지금도 유효하다. 행정도시는 ‘자족도시’로 꾸며진다. 자족도시가 되려면 대학이 필요하다. 국립대 배제 조처를 보면서 링컨의 혜안이 새삼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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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성 기자 sks219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