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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연예

이성애 역할극을 깨는 묘한 깨달음

등록 :2015-02-12 19:17수정 :2015-10-2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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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미의 TV 톡톡
<삼시세끼-어촌편>은 <티브이엔>의 금요 예능으로, 폭발적인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삼시세끼-어촌편>은 <해피선데이-1박2일>(한국방송2), <꽃보다 할배>(티브이엔) 등을 만들었던 나영석 피디의 리얼리티 예능으로, <삼시세끼>의 속편이다. <삼시세끼-어촌편>은 장근석이 출연하였지만, 세금탈루 혐의가 드러난 장근석의 출연분을 완전히 들어냈다. 편집의 어색함이나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빠른 편집으로 볼거리가 더 풍성해졌으며, 공백은 차승원, 유해진의 매력으로 채워졌다.

<삼시세끼-어촌편>은 전편에 비해 극적인 요소가 많다. 첫째, 만재도는 서울에서 10시간이 걸리는 섬으로, ‘자급자족’이란 프로그램의 성격에 잘 맞는다. 운전으로 정선읍의 슈퍼에 나가 소시지를 사올 수 있었던 전편과 판이하다. 배가 못 떠서 손님으로 왔던 손호준이 일꾼으로 전락하는 묘미도 있다. 둘째, 바다는 자연을 마주한다는 실감을 줄 뿐 아니라, 천혜의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통발로 고기를 잡고, 돌김을 만드는 모습은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며, 본래 음식은 자연으로부터 온다는 교훈을 준다. 농촌에서 밥 해먹던 전편이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에스비에스·2008년)와 비슷했다면, 어촌에서 밥 해먹는 후편은 <정글의 법칙>(에스비에스)과 비슷하다. 더 진지하고 극한의 느낌이 살아있다.

<삼시세끼-어촌편>의 가장 큰 재미는 출연자로부터 온 것이다. 오래전 <무한도전>(문화방송)의 전신이던 <무모한 도전>에서 연탄 나르기에 과도한 열정을 쏟으며 프로그램의 ‘무모함’을 각인시켰던 차승원은 어마어마한 요리능력으로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쥐고 흔든다. 그는 어떤 요리든 주저함 없이 척척 만들어 낸다. 이는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능력이 아니며, 부엌일을 일상으로 여기며 살았다는 뜻이다. 이현우, 알렉스 등 ‘요리하는 남성’의 세련됨이 화제였던 적도 있지만, 차승원의 생활요리는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일찍이 결혼하여 친자가 아닌 아들을 키워왔으며, 아들의 허물에 사죄하면서 친자가 아님을 밝힌 적이 없는 그의 사생활이 겹쳐진다. 그는 ‘잘생긴 남자’를 뛰어넘는 ‘책임지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지닌다.

차승원의 오랜 친구이자 환상의 궁합을 보여주는 유해진은 또 어떤가. 그는 은근한 유머로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배려심을 지닌 사람이다. 외모는 구수하지만 럭셔리한 취향도 있다. 최고의 여배우 김혜수와 염문이 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매력을 궁금해 했던 이들은 ‘참바다씨’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부지런하고 자상하며, 자연스럽게 환경이나 상대에 자신을 맞추는 최적의 수용능력을 지녔다.

두 사람은 ‘중년의 남남 부부’로 화학작용을 보여주는데, 여기에는 이성애 역할극을 뛰어넘는 묘한 깨달음을 담고 있다. 첫째, 요리는 성별과 무관하게 누구나 익혀야 하는 생존의 필수기술이다. 성별 분업에 의해 요리 못하는 남자들과 이에 대한 거부로 요리 못하는 여자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남녀 모두 요리로 자신과 가족을 돌보는 존재가 되었을 때 진정한 성평등과 자기해방이 이루어진다. 둘째, 반드시 남녀가 짝을 이뤄 살아야 하는 건 아니며, 성별과 무관하게 마음이 맞는 사람과 살 수 있다. ‘남남 부부와 반려견’으로 이루어진 이 모델은 동성애 가족구성권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준다. 셋째, 진정으로 함께 살고픈 남자는 어떤 남자인가. 꽃미남이나 과도한 남성성을 발현하는 남자가 아니다. 살림 능력과 배려심을 갖춘 남자다. 남자에게는 경제력을, 여자에게는 살림 능력을 요구하며 서로 멍들어가는 ‘이성애 역할극’으로부터 이제 그만 벗어날 때가 되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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