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5.25 22:31
수정 : 2009.05.2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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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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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이 없어질 판이다.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이 아름다운 벽돌집은 1970년대 이후 많은 미술가들의 모태다. 박서보, 김창열, 윤석남, 이반 등 내로라는 작가들이 이곳에서 전시를 열어 꿈을 키웠다. 이곳은 대학로 문화의 거리를 만든 씨앗이기도 하다. 1979년 설립 뒤 주변에 화랑들이 모여들었고, 공연장이 그 뒤를 따르며 오늘날 대학로를 형성한 것이다.
아르코미술관 없애기는 현 정권 ‘코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진보 성향의 미술인 김정헌씨를 밀어내고 들어온 오광수 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문화관광체육부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해 왔다. 딸림 대안공간인 인사미술공간을 사실상 없앴고, 미술관의 기획전시 기능도 정지시켰다. 간접 지원이나 대관 전시를 할 것이지 신진 작가 육성이나 기획 전시를 왜 하느냐는 것이다. 이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복합문화센터 전환을 지시하면서 미술관 역사는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런 판국에 그 많은 미술단체와 미술인들은 어디 있을까.
대학미술협의회·한국미술평론가협회·한국큐레이터협회·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 그들은 미술품 장터인 아시아프 후원의 자리에 줄줄이 끼어 있다. 옛 기무사터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예정지에서 문화부와 <조선일보>가 미술대생의 사기진작을 위해 연다는 행사다. 서성록 미술평론가협회장은 되려 “미대생들이 작품을 팔면서 작가의 길을 점검하는 훈련이라고 본다”며 “기무사터는 빈 건물일뿐 아직 미술관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문화부 논리 그대로다.
하지만 이들이 잊은 게 있다. 아르코의 용도 변경이나 아시아프 개최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문화예술위 간부와 문화부 관료 몇몇이 밀실에서 미술인들이 오랫동안 힘들여 일궈온 결과물을 없애고, 취지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화랑협회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것은 그래서다. 협회는 아시아프쪽에 “국립미술관 자리에서 미술품 매매 행위를 하면 후원을 철회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