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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본심 감춘 채 계속 사귀자는 일본

등록 :2008-11-0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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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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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정부는 항상 중국, 한국과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강조한다. 이것은 곧 본심을 감춘 채 장사를 위해 계속 사귀겠다는 의미다. 본심을 드러내면 반발하니까, 장사하는 데 지장이 있으니까 그걸 억누르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런 이중기준, 면종복배적 태도가 전후 일본정치를 관통해 왔다.

어제(11월1일)는 일본에선 ‘문화의 날’이라는 축일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아름다운 가을의 쾌청한 날씨 속에 캠퍼스에는 학생들의 모의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는데 한 가게에서 “안녕하세요”라는 조선말이 들려왔다. 발을 멈추고 말을 걸어 보니 한국인 유학생이었다. 잠시 조선어로 얘기를 나눴는데 그 여학생은 무척 기뻐했다. “환율이 많이 올라서 생활하기 힘들지요?” 했더니 표정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대학에는 중국인 유학생도 많다. 그러나 일상의 대학생활에서 그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축제 때도 중국인 유학생의 존재를 보여주는 기획은커녕 모의가게 하나 없다. 중국인 학생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 얘기로는, 중국 여학생들은 내향적이어서 좀체 일본인 학생들과 사귀지 못한다고 한다. 의외였다. 내가 지니고 있던 선입관으로는 중국인 학생은 항상 당당하고 실리적이며 외향적이라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실정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소중한 유학생활인데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학생들은 서로 여간해선 섞이지 못하고 상호 대화도 빈약한 게 현실이다. 그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일본인 학생들에게 큰 문제가 있다. 그들 대부분은 외국인과 소통하는 데 매우 서투르다.

그들 일본인 학생 다수는 자신들끼리의 대화에서조차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못하고 타자의 의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친구 소식 따위 무던하고 가벼운 화젯거리를 주고받을 뿐이다. 그런 가벼운 화제를 공유할 수 있는 자들끼리만 친해질 수 있는 것이다. 정치나 역사에 관한 무거운 얘기를 끄집어냈다가는 경원당하고 고립된다. 그런 경향은 학생들이 만든 축제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사흘간 이어지는 기획에 코미디언의 토크쇼는 있지만 정치적 문제를 주제로 한 강연회나 전시 등의 기획은 전무하다. 학생들은 즐거운 듯 보이지만 즐거워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무겁고 심각한 문제는 철저히 회피하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그런 그들에게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역사나 정치 문제에서 서로 입장 차이를 검증하면서 한국인이나 중국인과 우호적으로 대화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과제다. 그런 일본인 학생들 속에 던져진 한국인이나 중국인 학생이 의지할 데 없는 고립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어제 신문에 ‘항공자위대 우두머리 경질’ 뉴스가 크게 보도됐다. 이 뉴스를 관심을 갖고 읽은 학생이 얼마나 될까? 유감스럽게도 그 수는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항공막료장인 다모가미 도시오가 “우리나라가 침략국가였다는 건 억울한 누명”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써서 민간기업이 주최한 논문 현상모집에 응모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일본은 조선반도나 중국 대륙에 일방적으로 군대를 보낸 적이 없다. 청-일 전쟁, 러-일 전쟁 등에 따라 국제법상 합법적으로 중국 대륙에 권익을 확보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배치했다.” “우리나라는 장제스(장개석) 때문에 중-일 전쟁에 휘말려들어간 피해자다.”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노력으로 (만주와 조선반도의) 현지 주민들은 압정에서 해방되고 생활수준도 현격하게 높아졌다.”

1995년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한 무라야마 총리 담화를 공표했다. 아소 총리도 이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 정부 견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을 항공자위대 우두머리가 발표한 것이다. 중국, 한국, 기타 아시아 제국의 신경을 거스르는 행위다. 그가 곧바로 경질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순 없다. 그것은 다모가미의 주장에 내심 공감하는 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소 총리 자신이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바라던 것”이라고 발언했고, 국가(공식) 답변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총리 자신이 본심을 다모가미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경질 이유에 대해서도 다모가미의 발언 내용이 사실에 반하기 때문이 아니라 항공막료장이라는 공인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올해 4월 나고야 고등재판소는 항공자위대가 이라크에 파병돼 활동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다모가미는 그때 코미디언의 말을 끌어와 “그런 거 상관없슈”라고 기자회견에서 발설했다가 문제가 됐으나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다모가미는 정부의 본심을 대변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나고야 고등재판소 판결에 불복한 채 이라크 내 자위대의 활동을 합헌이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항상 중국, 한국과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강조한다. 이것은 곧 본심을 감춘 채 장사를 위해 계속 사귀겠다는 의미다. 본심을 드러내면 반발하니까, 장사하는 데 지장이 있으니까 그걸 억누르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런 이중기준, 면종복배적 태도가 전후 일본 정치를 관통해 왔다.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교수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교수
따라서 다모가미 자신도 말하자면 확신범으로서 이런 이중기준에 반항하는 자세를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모가미가 본심을 드러내 보인 것을 두고 어리석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겠지만, 그의 본심 자체에 대한 판단은 보류해둔 채로다. 따라서 틀림없이, 다모가미가 굳이 본심을 얘기한 것을 두고 순수하고 훌륭한 행위였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요인에 의해 장차 이 비율이 역전될 수도 있다.

이런 정부, 이런 사회에서 자란 젊은이들은 어떻게 될까? 중국이나 한국의 젊은이들과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고, 자신들을 위한 평화로운 미래를 쌓아갈 수 있을까? 아름다운 가을날 학생들은 축제를 즐기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정신 차려! 위험해!”라고 외치고 있다.

서경식/도쿄경제대학 교수
번역 한승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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