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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나는 검찰을 고발한다

등록 :2020-11-27 04:59수정 :2020-11-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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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 검찰 권력의 맨얼굴 폭로
검찰 부패·비리, 구조적 문제 들춰낸 생생한 사례연구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이연주 지음/포르체·1만7800원

2006년 한 검사장이 검찰내부통신망(이프로스)에 사직인사를 올린다. “소신에 반하거나 비굴한 짓을 하지 않고도 27년씩이나 근무할 수 있도록 해준 검찰 조직과 검찰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대과 없는 명예로운 퇴임’이라고도 적었다. 이 글에는 “인자하시고 곧으신” “바르게 사는 검사의 표본” “올곧게 항상 최선을 다한” 따위의 찬사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 검사장은? 고영주다. 1980년대 초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인 ‘부림 사건’ 수사 검사이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지난 8월 유죄 판결을 받은, 또한 1998년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수사로 무고한 식품회사를 망하게 만든, 그 검사다. 댓글을 단 이들은? 권재진, 임무영, 변창훈, 신자용, 신경식, 정점식, 김훈, 김회재 등이었다.

2002년 인천지검 특수부는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이 회삿돈 22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한다. 검찰은 대상 임직원 3명을 기소했지만 임 회장은 2004년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2005년 전수안 부장판사는 ‘공소외 임창욱’이 공모했음을 판결문에 적시하고 결국 임 회장도 유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접은 검사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던 이종백 전 검사장은 2007년 국가청렴위원장을 지낸다.

그랜저 검사 봐준 ‘어둠의 조력자’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에는 이런 생생하고 끔찍하고 괴이한 사례가 가득하다. 지은이 이연주 변호사는 고영주 퇴임의 변에 댓글 퍼레이드를 벌인 검사들의 면면을 보고 “무슨 불량 검사들이 모여 반상회라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재벌을 봐준 일이 재판 과정에서 들통났으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용공조작 사건을 담당하고 엉터리 수사로 기업을 망하게 한 선배검사를 찬양하는 검사들이 줄을 잇는다. 비틀어진 검찰과 검찰문화는 이 책에서 발가벗겨진다. 그 유명한 그랜저 검사 사건. 이연주 변호사는 그 뒤에 있는 “그랜저 검사 정인균에게 애초 무혐의 처분하신 분”을 짚는다. 현직 부장검사가 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건설업자 친구한테 그랜저 자동차와 돈을 받았는데, ‘어둠의 조력자’는 정 검사를 무혐의 처분했다. 돈을 빌린 것으로 둔갑시키고 청탁은 없었다고 결론냈다. 그랬다가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되니 특임검사가 재수사하고 정 검사는 처벌받는다. 애초 무혐의 처분한 ‘검사님’은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법무부로 옮겼고 공정하게 수사했다며 억울해 했다고 한다. 계좌 압수수색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억울해 한 그를, 이 변호사는 “나를 위해 나를 속”인 인물로 규정한다.

성매매에 흠뻑 빠져 지낸, 성매매 사건 전담 형사부 부장검사도 등장한다. 성매수자 처벌 수준이 낮다는 여성단체 항의문을 대검이 받아 각 검찰청에 내려보내자, 그 부장검사는 부하 검사에게 여성단체와 간담회를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한편으론 잡혀온 성매매 매수자를 벌금 30만원으로 약식기소(구약식)하라고 지시한다. 대검의 양형기준은 벌금 70만원인데도. 그러고 나서 부장검사는 “신나게 성매매를 하러 갔다”고 이 책은 기록했다. 이 부장검사는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기관의 위원으로 파견 근무까지 했단다.

과학적 심리수사 기법은 ‘가학적’이었다

지난해 조은석 전 검사장이 펴낸 <수사감각>이라는 책, 법조계와 언론계에서 27년 특수통 검사가 적어내려간 ‘수사의 정석’이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어디까지나 ‘검찰주의’에 젖은 이들의 시선일 뿐. 이 변호사는 “부끄러운 이야기라는 감각조차 없어진 것”이라고 짚는다. 이를테면 그 책에는 “상부는 결국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인사권자는 자신을 거스른 사람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인사권자는 반드시 보복을 한다. 인사로 보복을 한다. 인사권자는 사정이 허락하면 즉시,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반드시 보복을 한다”고 적혀 있다. 이 변호사의 일갈은 이렇다. “검찰이 무슨 피의 복수를 하는 조폭 집단이라도 되는 걸까.”

<수사감각>에 소개된 ‘과학적 심리수사 기법’이 ‘가학적’의 오타가 아닌 것은 이 변호사 말마따나 놀라운 일이다.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건설사 회장에게, 정치인에게 청탁하고 뇌물 준 것을 자백하라고 하면서, 회계장부를 왜 내연녀 집에 숨겼냐, 증거은닉죄다, 그 여자 잡으러 갔다고, 검사와 작전을 짠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은 ‘공갈’을 친다. 실제론 그 여성의 집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검사들의 법과 원칙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법과 원칙과 다른 것”일까. 게다가 이 건설사 회장은 뇌물 공여를 자백한 4천만원 중 3천만원은 무죄로 확정되고, 재판 중 1년여 동안 검찰청에 239회나 불려간다.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지도 못하게 한 것이다. 이런 “가학적” 방법은 검찰 특수통들에게 “과학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이런 과학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된다.

모두 옮기기엔, 아니 중요 사례 몇가지를 더 가져오기에도 지면이 부족하다. 검사 출신이기에 누구보다 검찰을 잘 아는 이 변호사는 ‘작심’했다. “남을 치기 위해 열심히 칼을 갈아 그 칼로 남에게 깊은 자상을 내면서도 칼날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지 않는” 그들. “처단하려는 사람보다 더 흉한 모습이 비치는 데도.” 이런 검찰을 고발하기로 작정한, “숫기 없고 소심한” 이 변호사는 “2017년 페이스북에 검찰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핍박·멸시에도 홀로 분투하는 이를 위해

그가 용기 내게 한 힘은 무엇일까? 지난 25일 이 변호사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검사 임용 직후 이야기를 꺼냈다. “숨쉴 수가 없었어요. 다음날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임용 첫날부터 강력부장이 점심식사를 사는 자리에서 ‘수사실적을 올리려면 오입질을 다녀야 한다’고 했단다. 성추행도 성희롱도, 폭력도 폭행도 만연했고 그 피해자가 자신이었고, 여성 검사들이었고, 힘 없는 ‘흙수저’ 검사들이었다. 검사들마저 피해자인 터에, 검사 아닌 피해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검사직을 1년여 만에 던져 버린 그는, 그 시절을 잊고 지내고 싶었고 그렇게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김홍영 검사, 외로이 분투하고 있는 임은정 검사, 서지현 검사…. 검사 시절 잠 들지 못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김홍영 검사의 불면의 밤을 어느덧 상상하고 있었다. “자책과 자기 방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가 무한 도돌이표로 변주되는 황량하고 거친 밤을.” 사법연수원 동기인 임은정 검사와 오랜만에 만난 2012년 12월 이후로, 이 변호사의 마음 한 켠 응어리는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전화통화는 마침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배제를 당한 직후 이뤄졌다. 이 변호사는 “속이 시원하다”고 먼저 털어놨다. 일각에서 박근혜 정부의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이번 사안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그는 잘라 말했다. “채 전 총장의 사생활 관련 사항과 윤 총장의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수행에 관한 것을 같이 놓고 봐선 안 되죠. 검찰청법 등에 따라 검찰총장도 검사로서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두렵진 않았을까? 겁박은 없었을까? “친척 중에 사업하는 사람 없냐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출판사가 압수수색을 당할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검찰이 하려고만 하면 못 할 게 없죠.” 목소리는 담담했다. 이 책은 폭발하는 활화산처럼 시작하지만 끝은 섬세하고 비감 어린 공감과 연대의 결의로 끝난다. “핍박과 멸시와 고통을 견디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외롭게 분투하는 그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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