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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비만 조미료에 담긴 섬뜩한 욕망의 덩어리

등록 :2010-06-0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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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소설 ‘더미’
김지훈 소설 ‘더미’
가축 체중증가제를 먹는 사람들…
과학적 지식과 경쾌한 문장 결합
신예 김지훈 소설 ‘더미’

새로 나온 소설 <더미>는 모처럼 나온 주목할 만한 한국산 장르소설이다. 신예 작가 김지훈씨가 포털 사이트에 연재했던 이 소설은 온갖 과학 소재가 등장하지만 과학 지식이 전혀 없어도 쉽게, 그리고 술술 읽을 수 있다.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느끼는 문제를 날카롭게 잡아내 실감나게 파고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한 천재 과학자의 ‘쿨’한 성공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한국에서 미국 명문대로 유학 가 유명 교수 밑에서 비만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 주임 교수가 자기의 연구 덕분에 뛰어난 논문을 썼으면서도 논문에 이름을 빼자 대학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자기 혼자 찾아낸 신물질 ‘레인보 아미노산’을 거대 식품기업에 팔아버린다. 레인보 아미노산은 가축을 살찌우려고 만든 신경전달물질로, 한번 찐 살은 절대 빠지지 않게 한다. 식품회사는 레인보 고기를 만들어 떼돈을 벌고, 주인공도 엄청난 부자가 된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물질이 가축 체중증가제가 아니라 식품첨가제로 바뀐다. 고기맛을 놀랍도록 맛있게 바꾸는 효과에 착안한 식품회사가 조미료로도 출시한 것이다. 아미노산을 사료로 먹고 자란 고기는 비만 효과가 없었지만 직접 먹은 사람들은 점점 뚱뚱해진다. 새로운 고기맛에 빠져든 사람들은 점점 이 조미료에 의존하게 되고 거리에 비만 인구가 넘쳐나게 된다.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식품회사에 생산 중단을 요청하지만 자본의 욕망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주인공은 자기가 만든 물질을 무력화하기 위해 다시 연구에 나선다. 또다른 식품회사를 파트너로 삼아 연구를 하고 있는데, 손잡은 회사가 놀라운 신상품을 개발한다. 완전히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대체 육류 ‘더미’로, 레인보 아미노산 고기와 달리 놀라운 맛을 지녔으면서도 비만 효과가 없어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주인공은 이 새로운 식품에 어딘가 석연찮은 비밀이 있음을 서서히 깨닫게 되고, 자기가 만든 레인보 아미노산과 연결되어있을 가능성을 알게 된다.

소설 <더미>의 재미는 과학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그리고 사람들의 욕망이 어떻게 과학적 지식에 작용하는지 깔끔하게 보여주는 경쾌한 문체에 있다. 기업들이 과학적 발견을 이윤 추구에 활용하는 행태와 논리,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자기합리화 심리를 섬뜩할 만큼 생생하게 그리는 장면들은 특히 매력적이다. 전체 얼개와 전개 과정에 간혹 작가의 욕심이 과하게 반영된 듯한 부분도 있지만 참신한 소재와 이야기 솜씨가 그런 단점을 따질 틈 없이 결말을 향해 몰아붙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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