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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28 19:58 수정 : 2007.09.28 19:58

<달인> 조지 레오나르드 지음·강유원 옮김/여름언덕·9000원

달인 못되는 세 유형과 달인 되는 다섯 열쇠로
겸손을 출발점 삼아 성공에 이르는 과정 주목
철학박사 옮긴이가 찾아낸 진정한 자기계발서

<달인> 조지 레오나르드 지음·강유원 옮김/여름언덕·9000원

‘자기계발’로 대표되는 실용서를 읽고 나면 허탈함을 넘어 배신감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누구나 알고 있는 교과서적 명제를 표현만 바꿔 반복하거나 지은이의 제한적 경험을 마치 보편타당한 공식인 것처럼 현란하게 포장해 놓은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천 가지 성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이라는 부담스러운 부제를 단 이 책 〈달인〉을 번역한 강유원씨의 서문에도 이러한 고민이 배어난다. 철학박사인 옮긴이는 이제까지 자기계발에 관한 책을 쓰지도 옮기지도 않았다고 한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몇 가지 요령만을 집중적으로 주입시키는 것은 사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이 책을 번역했다. 그 이유는 이 글의 마무리로 아껴두자.

달인이 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기나긴 여정이다. 현대사회의 즉흥성이나 조바심은 달인의 길을 방해한다. 정체상태와 퇴보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은 통속적인 성공의 나침반을 기대한 독자들을 이렇게 초장부터 배반한다.

지은이 조지 레오나르드는 달인의 경지에 못 이르는 3가지 유형을 반면교사로 소개한다.

먼저 ‘호사가’ 타입으로 허니문 단계에선 현란한 사랑의 기교를 과시하지만 열정이 식어갈 무렵이면 한눈을 팔기 시작해 다른 침대로 뛰어든다.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을 따르면 호사가는 ‘영원한 어린아이’일 뿐이다. 반면 ‘강박증’ 타입은 열정이 식어도 한눈을 팔지 않지만 폭풍 같은 이별과 격정적인 재회가 반복되면서 끝내 파국이 오면 고통에 허우적대며 치명적 상처를 입고 무너진다. 마지막으로 ‘해커’ 타입은 일부일처제에 기꺼이 만족하지만 그에게 결혼이란 경제적인 수단일 뿐이고 가정은 편안한 여관에 불과하기 때문에 영원한 권태기로 일관한다.

지은이가 준비한 달인이 되는 다섯 가지 열쇠를 맞춰보자.

먼저 스승을 만나라. 그리고 연습하라. 최고의 말은 채찍질의 기미가 보이기도 전에 기수의 의지를 읽고 달리지만 최악의 말은 채찍의 고통이 뼈에 사무친 다음에야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최악의 말도 뼈에 사무치도록 연습하면 최고의 말이 될 수 있다. 다음엔 기꺼이 복종하라.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배움은 불가피하게 모욕을 수반한다. 처음 다이빙을 하면 배부터 풍덩 들어간다. 수영장에 있는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배움을 포기해야 한다. 끝으로 한계를 넘어서라. 최고의 조종사 척 예거는 역사상 최초인 초음속 비행 직전 어깨를 다친 탓으로 2만 피트 상공의 모선에서 분리된 비행기에 탑승한 뒤 정상적으로 해치를 닫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대걸레 자루를 가져다 다른 손으로 문을 닫고 음속의 장벽을 돌파했다.


그림/김영훈 기자
그런데 우린 왜 항상 작심삼일일까? 체온이나 혈당처럼 생체 내 균형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심리상태와 행동에서도 똑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좋은 변화와 나쁜 변화를 미련한 항상성이 구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다가 결심 끝에 헬스클럽에 가서 러닝머신에 오르면 몸은 당연히 현기증이 나겠지만 정신마저 막연한 위협을 느낀다. 하지만 변화는 늘 일어나게 마련이듯 항상성도 불안과 전복을 거치면서 그 안에서 새롭게 재조정된다.

유도의 창시자 가노 지고로는 죽음이 임박해오자 제자들에게 흰 띠를 둘러 묻어 달라고 했다. 유도의 최고수가 초심자로 돌아가려한 것은 겸손이면서 현실이다. 죽음이라는 궁극적 전환의 순간에는 누구나 흰 띠인 것이다.

여기서 강유원씨가 번역을 결심한 동기로 돌아가보자. “물론 이 책도 열심히 노력하라는 뜬금없는 교훈을 담고 있지만 몸으로 실천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삶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해줬고 그 앞에서 겸손할 수밖에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겸손이 달인의 길로 가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그림/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