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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산불 2년…이재민들 강원도청 앞 ‘트랙터 시위’ 왜?

등록 :2021-02-24 04:59수정 :2021-02-2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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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정부-한전 ‘보상금 트릴레마’
강원 고성산불 피해 주민들이 정부의 구상권 청구 철회를 촉구하며 무기한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주민들은 정부의 구상권 청구 방침에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펼침막 등을 단 트랙터 14대를 강원도청 앞에 세워둔 채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원 고성산불 피해 주민들이 정부의 구상권 청구 철회를 촉구하며 무기한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주민들은 정부의 구상권 청구 방침에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펼침막 등을 단 트랙터 14대를 강원도청 앞에 세워둔 채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축구장 1700여개 넓이인 산림 1227㏊를 잿더미로 만든 2019년 강원도 고성산불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들과 한국전력공사, 정부가 충돌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화재 발생 책임이 있는 한전을 상대로 구상권(채무자의 빚을 대신 갚아준 사람이 채무자에게 변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청구 소송을 진행해 산불 초기 이재민들에게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받아내려 하자, 주민들은 자신들이 한전에서 받는 보상금이 줄어들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와 강원도는 관련 규정상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여서 갈등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재민들 “농기계 반납…죽을 때까지 투쟁”

23일 오전 강원도청 앞. 농민 수십여명이 트랙터 10여대를 앞세우고 도청 정문 앞에 나란히 섰다. 트랙터들 앞에는 ‘행안부는 피해민 죽이지 말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고성한전발화산불피해 이재민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들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한전에) 구상권 청구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강원도지사는 구상권 청구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019년 고성산불 뒤 정부와 강원도 지원을 받아 샀다는 이 트랙터들을 항의 차원에서 반납하겠다며, 24일부터 한전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노장현 비대위원장은 “감사원이 구상권 문제는 협의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정리를 해줬는데도 행안부가 소송을 강행하려 한다. 산불 피해민들은 농기계 반납을 시작으로 죽을 때까지 투쟁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2019년 4월4일 오후 7시17분께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로 산림 1227㏊가 잿더미가 됐으며, 2명이 숨지고 이재민 1366명이 발생했다. 경찰은 8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 전신주의 고압전선이 끊어져 ‘전기불꽃’이 떨어지면서 불이 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전의 관리 잘못 탓에 일어난 산불인 만큼 피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었다. 2019년 12월 이재민과 자치단체, 한전, 법조인 등이 참여한 ‘특별심의위원회’는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산출한 손해사정금액의 60%인 1000억원가량을 보상금으로 합의했다.

2019년 4월 고성에서 불이나 산림 1227㏊가 잿더미가 됐으며, 2명이 숨지고 이재민 1366명이 발생했다. 강원도 제공
2019년 4월 고성에서 불이나 산림 1227㏊가 잿더미가 됐으며, 2명이 숨지고 이재민 1366명이 발생했다. 강원도 제공

한전 “구상권 청구액 빼고 보상금 지급할 수밖에”

화재발생 초기 정부(행정안전부)는 한전을 대신해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300억원가량을 미리 지급했다. 화재 발생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자, 행안부는 한전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해 300억원을 환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한전은 1000억원에서 300억원은 뺄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조진호 한전 영업처 차장은 “한전이 지급하기로 합의한 보상금 규모는 1000억원 정도다.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한다면 이 금액을 빼고 나머지 금액만 이재민에게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신속하게 마무리해서 구상금이 결정되면 나머지 금액은 하루빨리 이재민에게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한전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보상금이 300억원이나 줄어들게 되자 이에 반발한 주민들이 이날 도청 앞에서 트랙터 시위를 벌인 것이다.

정부 “구상권 청구 안하면 배임 등 책임 불거져”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소송을 하지 않으면 배임 등의 책임을 질 수 있다며 진행해야 한다는 태도다. 행정안전부 복구지원과 위지용 주무관은 “재난안전관리법에 사회재난의 경우 원인 제공자가 있으면 구상권을 청구하게 돼 있다. 청구하지 않으면 행안부가 배임 등 법률적인 책임을 안게 된다. 감사원 자문에 따라 협의체도 꾸렸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렬돼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강원도는 2019년 4월 고성에서 산불이 나자 정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아 3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미리 지급했다. 이후 산불 원인이 한전 탓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행안부는 한전에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결정한 뒤 강원도를 소송 수행자로 지정했다. 강원도는 소송 수행을 거부하려 했지만 행안부와 마찬가지로 배임 등 법적 책임 문제가 제기돼 어쩔 수 없이 소송 수행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윤형준 강원도청 사회재난담당은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산불 이재민들의 생계와 주거 안정이 먼저다. 이재민들에게 최대한 보상금이 많이, 빨리 지급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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