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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 파양견 왕방이·왕순이, 미국으로 떠났다

등록 :2020-10-30 16:01수정 :2020-11-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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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명예경찰견 이용되다 하루 아침에 파양돼
“관공서 무책임한 동물홍보 당장 멈춰야”
경기 포천파출소에서 명예경찰견으로 생활하다 파양된 개 왕방이와 왕순이가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보영씨 제공
경기 포천파출소에서 명예경찰견으로 생활하다 파양된 개 왕방이와 왕순이가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보영씨 제공

파출소에서 지내다 파양돼 갈 곳을 잃었던 견공 두 마리가 결국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30일 동물권단체 케어와 임시보호자 이보영씨에 따르면, ‘포천파출소 파양견’으로 화제가 됐던 왕방이와 왕순이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로 입양을 떠났다. 그동안 입양처를 찾지 못해 이씨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지내던 두 마리가 다행히 동반입양을 가게 된 것이다.

이보영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왕방이만 입양이 결정된 상태였다. 입양을 주선한 동물단체들의 설득 끝에 미국 입양희망자가 마지막에 마음을 바꿔 왕순이도 같이 입양하기로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기견이었던 진도믹스견 왕방이와 왕순이는 경기 포천경찰서 포천파출소의 명예경찰견이었다. 왕방이는 2018년, 왕순이는 2019년 강아지였을 때 포천파출소 경관들이 데리고 왔다. 생후 2개월 무렵 파출소에 온 두 마리 개는 그동안 서로에게 의지하며 친자매처럼 지내왔다.

명예경찰견으로 경찰과 시민들의 사랑을 받던 왕방이와 왕순이가 갈 곳을 잃은 것은 지난 6월 무렵이다. 개들이 짖는다는 동네 주민의 민원 탓에 더이상 파출소에서 지낼 수 없게 된 것. 애초에 두 마리를 데려온 경관들은 이미 다른 근무지로 이동한 상태였다. 포천파출소 소장은 이보영씨에게 “개들을 오늘 당장 치워야 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30일 오전 로스앤젤레스 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임시보호자 이보영씨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는 왕방이(오른쪽)와 켄넬 안 왕순이. 케어 제공
30일 오전 로스앤젤레스 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임시보호자 이보영씨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는 왕방이(오른쪽)와 켄넬 안 왕순이. 케어 제공

당시 파출소 인근 건설회사에 근무하던 이보영씨는 개들이 처음 파출소에 왔을 때부터 살뜰히 보살핀 사람이었다. 이씨는 “저희 집 반려견이 생각나서 챙겨주기 시작했다. 파출소는 사실상 개들을 방치했다. 보다 못해 안쓰러워서 나서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여러차례 개들의 보살핌을 요구했지만 최초 보호자가 떠난 파출소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중성화 수술, 반려동물등록을 한 사람도 이씨였다. 개들의 사료나 간식도 이씨가 챙겼다. ‘개들의 집’은 포천파출소였지만 육아는 엉뚱한 사람이 책임져 왔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동네 민원과 시민 안전을 이유로 포천경찰서에서 개들을 내보내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개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지난 7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포천파출소에 사는 왕방이 왕순이를 지켜주세요’라는 청원글로 화제가 됐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개들의 사연을 보도하며 국내 입양을 홍보했지만 지금껏 이뤄지지 않았다. 개들은 지난 6월 이후 이보영씨가 임시보호자로 낮에는 회사 사무실에서 같이 지내고, 밤에는 자택으로 데리고 와 돌봐왔다.

이보영씨는 개들이 포천파출소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알뜰히 보살펴 준 주민이다. 파양된 개들을 임시보호하며 새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보영씨 제공
이보영씨는 개들이 포천파출소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알뜰히 보살펴 준 주민이다. 파양된 개들을 임시보호하며 새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보영씨 제공

생후 2개월 무렵 구조된 두 마리 개는 그동안 파출소 마당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친자매처럼 지내왔다. 이보영씨 제공
생후 2개월 무렵 구조된 두 마리 개는 그동안 파출소 마당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친자매처럼 지내왔다. 이보영씨 제공

왕방이와 왕순이의 국내 입양은 쉽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마당에서 뛰어놀던 중형견 2마리를 같이 입양하려는 가정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보영씨는 국내보다 대형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외입양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외입양은 동물권단체 케어가 미국 동물보호단체 도브 프로젝트(Dogs of Violence Exposed Project)와 연계해 성사시켰다.

개들은 이날 오후 2시 로스앤젤레스 행 비행기에 올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입양 가정으로 떠났다. 새벽 6시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이보영씨는 애피와의 통화 중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는 “개들이 이동하는 동안 되도록이면 안정을 취하도록 아침 일찍 공항에 와서 계속 산책을 했다. 켄넬에 들어가서는 제 눈만 계속 쳐다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가서는 많이 사랑 받고 더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씨가 왕방이와 왕순이의 사연을 적극 알린 이유는 “두 번 다시 이런 불쌍한 동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전국 곳곳 공공기관에 왕방이, 왕순이 같은 애들이 있다. 친근한 이미지 만들기와 홍보 등에 이용되다가 버려지거나 방치된 사례는 알려진 것만도 서너 곳이 넘는다. 공공기관에서는 무책임한 동물홍보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영씨는 “두 번 다시 이런 불쌍한 동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켄넬에 들어가있는 왕방이. 케어 제공
이보영씨는 “두 번 다시 이런 불쌍한 동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켄넬에 들어가있는 왕방이. 케어 제공

실제로 관공서에서 길러지던 동물이 관리소홀 등의 이유로 죽거나 유기되는 일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동물 마스코트였던 역곡역 명예역장 고양이 ‘다행이’는 담당자였던 전 역장의 건강이 악화되자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진 뒤 실종됐다. 경기 가평경찰서 명예의경이었던 개 ‘잣돌이’는 경찰서 생활 3일만에 교통사고로 숨졌고, 전북 완주군 운주면사무소 ‘곶감이’도 최근 농약을 먹고 목숨을 잃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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