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대학 합격기원 타종행사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보신각종에 손을 대고 대학합격을 기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대학 합격기원 타종행사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보신각종에 손을 대고 대학합격을 기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어김없이 수능 D-100일이 찾아왔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날씨가 더워서 공부에 집중하기 힘드시죠?

오늘 배울 한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입니다.(데헷)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인데요. 이 고사성어처럼 수능이 무엇인지 알아야 ‘뽀개’ 버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 그럼 하던 공부를 잠깐 멈추고 머리도 식힐 겸,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어떤 녀석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수능은 원래 ‘두번’(트와이스) 치는 시험이었다

1993년 8월21일 한겨레 5면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1993년 8월21일 한겨레 5면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1993년(94학년도)에 처음 시작된 수능은 올해로 25년을 맞이하는데요. 수능은 1992년까지 대학 입학 시험이었던 ‘학력고사’가 암기력 위주의 시험이라는 반성에서 개선책으로 시작된 시험입니다. <한겨레>는 당시 수능시험으로의 전환을 ‘비정상 교육 풍토 쇄신 의지’를 담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였습니다. 문민정부 첫해였던 만큼 교육정책에도 많은 변화를 시도했음을 알 수 있죠.

그런데 이러한 수능, 처음에는 일 년에 두번 쳤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94년 대학교에 입학한 수험생들은 1993년 8월20일(화요일)과 같은 해 11월16일(금요일) 두 번에 걸쳐 수능시험을 쳤습니다. 여름에 수능을 친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입니다. 당시 교육당국은 두 번의 수능 성적 가운데 좋은 성적을 골라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여름 수능과 겨울 수능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수험생 대부분이 여름 수능 성적으로 지원하자 겨울 수능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이듬해부터는 한 번만 실시하게 됩니다.

‘불수능’의 등장

역대 최저 정답률을 기록한 97학년도 수학문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역대 최저 정답률을 기록한 97학년도 수학문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96학년도 수능시험은 200점이 만점인 마지막 수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불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96학년도 수능에선 만점자가 단 한명도 없었고 당시 수석이었던 학생의 점수는 180점대 후반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00점 만점으로 치러지기 시작한 97학년도 수능은 역사상 시험 범위가 가장 넓고, 어려웠던 시험으로 회자되고 있는데요.

인문계 학생이 필수로 공부해야 했던 과목만 자그마치 14과목(국어, 수학, 영어, 과학1상, 과학2하, 과학2상 , 과학2하, 정치경제, 사회문화, 국사, 세계사, 한국지리, 세계지리, 국민윤리)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물리와 생물’처럼 과목 간 통합 문제도 있었다고 하죠. 당시 자연계(이과) 수석은 서준호 학생으로 373.3점을 받고 서울대 자연과학부로 진학했습니다.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만큼 총점 300점만 넘어도 서울대로 진학이 가능했다고 하네요. 연세대와 고려대는 200점대 성적으로도 무난히 갈 수 있었답니다.

보수정권에선 ‘불수능’ 진보정권에선 ‘물수능’(?!)

수험생이 2017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뒤 가채점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수험생이 2017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뒤 가채점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97학년도 수능이 너무 어려웠다는 평가가 계속되자 98학년도 수능부터 난이도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보 정권이 들어선 뒤부터는 수능 난이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대체로 진보 정권에서는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부터 학생들을 자유롭게 하고 창의적인 교육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시험의 난이도도 높지 않은 성향이 있지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능시험 ‘절대평가’ 전환 논란도 이러한 맥락 위에 있습니다. 반면 보수 정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시험의 난이도가 올라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뒤 첫 수능인 09학년도 수능에서 등급제를 폐지하고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함께 표기했습니다.

수능 ‘만점자’ 등장...99학년도 수능

1998년 12월16일 한겨레 27면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1998년 12월16일 한겨레 27면 보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갈무리

수능에서 첫 만점자가 나온 건 99학년도 수능입니다. 한성과학고 오승은씨인데요. 국내 대입 사상 최초의 만점자로 기록됐습니다. 당시 오씨가 정리해 발간했던 ‘오승은의 수능노트’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었죠. 서울대 물리학부로 진학한 오씨는 졸업 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엔 수능 만점자가 꾸준히 배출됩니다. 역대급 ‘물수능’으로 평가받는 01학년도 수능에선 무려 66명이 만점을 받았습니다. 당시 만점자가 워낙 많다 보니 ‘만점 받고도 서울대 떨어진’ 수험생도 있었다고 하죠. 지난해 수능에선 3명의 만점자가 나와 현재까지 수능시험 만점자는 186명으로 집계됩니다.

▷관련기사: 정말로 수능 만점자도 대학 떨어졌을까요?

‘수’능 시험은 ‘수’요일에 치는 시험이었다

지금은 수능을 목요일에 치르지만 원래는 수요일이 수능시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수’요일에 치는 시험이라 ‘수’능이라는 농담도 했었죠. 목요일로 바뀐 건 07학년도부터인데요.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배달사고에 대비하려는 거랍니다. 수능 문제지는 시험이 있는 주의 월요일부터 배달하는데 운반 기간을 하루라도 더 두면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겠죠. 내년도 수능은 11월15일로 예정돼 있어, 역시 목요일에 치러질 계획입니다.

▷관련기사: 2007학년도 수능, 11월 16일(목요일) 실시

복수정답 논란...‘정답이 바뀌다’

복수정답 논란이 된 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문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복수정답 논란이 된 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문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시험에서 처음으로 복수정답 논란이 일어난 것은 04학년도 수능 언어영역에서였습니다. 당시에는 교육당국이 빠르게 복수정답을 인정했습니다. 14학년도 수능에선 세계지리 과목에서 복수정답 논란이 있었는데요. 수험생들의 이의제기를 교육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됐습니다. 1심 법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손을 들었지만 항소심에선 수험생 쪽이 승소했습니다. 교육 당국은 상고를 포기하고 해당 문항의 오답자를 정답자 처리했고, 1년 뒤에야 633명이 추가로 합격 통보를 받게 됐습니다.

▷관련기사: ‘수능 세계지리 오류’ 피해 학생들, 어떻게 구제받나?

수능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

지난달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회적교육위원회 회원들이 ‘수능절대평과 전환 및 입시경쟁교육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달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회적교육위원회 회원들이 ‘수능절대평과 전환 및 입시경쟁교육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8학년도 수능은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뀝니다. 따라서 이번 수능 영어 과목에선 표준점수·백분위 없이 원점수(100점 만점) 기준으로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습니다. 80~89점은 2등급, 70~79점은 3등급을 받게 되지요. 일각에선 최상위권에는 불리하고, 중위권에는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응시료 면제 대상이 차상위계층까지 확대된다고 합니다.

교육부는 또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수능 평가방식을 담은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10일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번 시안에는 수능 절대평가를 전면적으로 도입할지, 단계적으로 도입할지가 최대 관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지요. 과도한 입시 경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됩니다.

▷관련기사: 2021 수능 개편 시안 10일 발표…확정안은 이달 31말 예정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대학 합격기원 타종행사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대학합격 소원지에 소원을 적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대학 합격기원 타종행사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대학합격 소원지에 소원을 적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눈에 보는 ‘수능 25년사’ 재미있으셨나요?

매년 이맘때쯤이면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은 절과 교회를 찾고 수험생들도 부담감과 중압감에 짓눌려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휴식도 중요하다는 것 잊지 마세요.

이재호 기자 ph@hani.co.kr

▶더보기: [화보] 변한 게 없네, 우리네 대입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