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작가 9명이 서울에 모여 아시아 현대사와 문학에 관한 경험을 나눈다.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과 한국작가회의, 계간 <아시아>는 이달 29일부터 7월2일까지 연희문학창작촌과 서울 시민청 등에서 아시아 9개 나라 작가들과 한국 문인들이 함께하는 ‘아시아 문학 창작 워크숍’을 마련한다. ‘문학이 기억하는 도시: 서울, 아시아’라는 제목으로 펼쳐지는 이 행사에는 한사오궁(중국), 산드라 롤단(필리핀), 무라타 사야카(일본), 네르민 이을드름(터키), 쁘랍다 윤(타이), 판카즈 두베이(인도), 푸렙후 바트후야그(몽골), 신타 유디시아 위수단티(인도네시아), 샤힌 아크타르(방글라데시)가 참가한다.

아시아 작가들은 29~30일 이틀 동안 서울과 강화도, 파주 일원을 대상으로 문학기행을 한다.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와 함민복·김주대 시인이 동행하며 현재 연희문학창작촌에 입주해 있는 한국 문인 10명도 함께한다.

7월1일 오후 6시부터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2층 바스락홀에서 열리는 낭독공연과 낭독회는 이번 워크숍의 본행사에 해당한다. ‘리딩 아시아’(Reading Asia)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 낭독회에서는 작가들이 자국의 언어로 낭독하는 작품을 들을 수 있다. 참가자 중 한사람인 중국 작가 한사오궁의 단편 ‘서강월’(西江月)은 극단 동네풍경이 음악과 영상을 곁들인 낭독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행사 기간 중인 28일부터 7월3일까지 서울 시민청 지하1층 시민청갤러리에서는 ‘도시와 문학’을 주제로 참여 작가들이 쓴 에세이와 기존 소설을 팝아티스트 찰스 장과 일러스트레이터 이혜원의 시각 작품으로 소화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2일 오후 4~6시 연희문학창작촌 문학미디어랩에서는 ‘아시아 현대사와 나의 문학’이라는 주제로 참여 작가들의 발표를 듣고 토론을 펼치는 간담회가 열린다. 한사오궁은 미리 제출한 발제문 ‘반딧불이 이야기’에서 수학 성적이 뛰어나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었던 소년이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작가가 된 개인사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현재 중국 문학은 “개인주의 글쓰기 전략” “행복하긴 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이 무기력한 자기최면에 빠져 ‘사상’과 ‘가치관’에서 멀리 떨어진 글”이 지배하고 있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한사오궁은 루쉰문학상 수상작인 수필집 <산남수북>과 소설 <마교사전>, 독서 에세이 <열렬한 책읽기> 등이 국내에도 번역 소개되어 있다.

필리핀 작가 산드라 롤단의 발제문 ‘망각에 저항하기: 독재의 신화와 회고’는 “나는 1976년 밸런타인데이에 감옥에서 잉태되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독재자 마르코스에 맞서 저항운동을 벌인 부모가 투옥되어 있던 중 태어난 그는 “필연적으로 마르코스 독재와 수십년간의 독재가 나의 가족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글쓰기의 주제로 삼게 되었다. 참여 작가들은 이날 저녁 7시30분부터는 연희문학창작촌 야외극장에서 영화 <동주>(영문자막본)를 관람하고 영화평론가 이안의 사회로 토론을 벌인다.

한편 다른 작가들보다 두 달 먼저 입주해 서울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한 몽골·인도·인도네시아 작가들은 ‘서울과 문학’을 주제로 한 에세이와 서울을 배경 삼은 단편소설을 집필하기로 했다.

조선희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아시아 문학 창작 워크숍은 서울을 한국 문학의 차원, 더 나아가 아시아 문학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 총괄감독을 맡은 소설가 김남일은 “올해 워크숍 경험을 바탕 삼아 내년에는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세계 도시와 문학’을 주제로 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아시아문학사 연표’ 작업을 마무리해 책자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의 모든 행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