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과 항암치료 등을 해도 더 이상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면 의료진은 ‘말기암’ 진단을 내린다. 일반적으로 3개월 혹은 6개월 안에 사망이 예상되는 암환자가 해당된다. 하지만 대다수 환자들은 말기암 진단 이후에도 기존의 치료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환자와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의료비용도 급증한다.
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말기 암환자의 사망 전 특정의료 이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암환자 중 2010년 사망한 7만6574명의 사망하기 석달 전 의료비가 7012억원으로, 사망 전 1년간 의료비(1조3922억원)의 50.4%에 이르렀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각종 검사를 비롯해 항암제 투여,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기도삽관(입에 튜브를 꽂아 기계호흡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것), 중환자실 및 응급실 치료 등이 주요 내역이다. 사망하기 전 2주 동안에만 102억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 1인당 지출비도 사망 직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2010년 사망자 기준) 연구에 따르면, 사망하기 2년 이전의 월평균 진료비는 남성이 48만원, 여성이 51만원인 데 견줘 사망 한달 전 월평균 진료비는 각각 306만원(남성)과 257만원(여성)으로 늘었다. 특히 암환자의 경우, 암으로 인한 전체 진료비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이 임종 전 한달 동안 지출된다.
통증 조절 등에 무게를 두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의료비 지출이 크게 줄어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상급종합병원 44곳을 이용한 암질환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항암수술과 항암요법, 각종 검사 등 적극적 항암치료를 한 그룹의 평균 1일당 진료비가 통증완화치료만 한 그룹에 견줘 약 2.4배 정도 더 높았다. 사망 전 입원해서 30일을 병원에서 보낸 적극적 항암치료 그룹은 진료비가 1400만원가량인 데 비해 같은 기간에 통증완화 치료만 받은 그룹은 530만원 정도였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천의대 길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3곳을 분석한 결과(2009~2013년)에서 일반 병동 그룹이 입원 기간 동안 각종 검사를 평균 78.4회나 하는 동안 호스피스 병동 그룹은 19회에 그쳤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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