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

북한군에 없는 것은? 얼차려, 그리고 영창제도란다.

규율 위반자들은 경무부(헌병대) 같은 곳에 사각형 금을 그어놓고 그 선을 따라 ‘정보행진’(북한의 행진 걸음)을 하게 하지, 육체적 고통을 가하진 않는다고 한다. 영창제도도 1960년대에 없앴다. 군인 간에는 동무 아니면 동지라고 불러야 하고 ‘누구야’ 하는 식으로 이름을 부르면 안 된다. 분대장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병사에겐 추궁과 설득, 총화 때의 상호비판 등이 동원된다.

휴가와 면회도 거의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10일간의 휴가가 나오지만, 운이 좋아야 갈 수 있다. 규정상 면회도 허락돼 있지만, 실제로 부모나 애인 등이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북한군은 의무 복무기간 10년 동안 가족들과 얼굴을 보지 못한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 이정연(38)씨가 최근에 낸 책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플래닛미디어)가 전하는 북한군의 병영생활 모습이다. 이씨는 비무장지대 경비와 정찰임무를 맡는 민경대대, 인민군 정찰국 산하 부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으로 근무하다가 99년 탈북했다. 현재 일본의 한 언론사에서 북한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틈틈이 인터넷을 통해 소개해온 북한군의 실상을 책으로 묶어냈다.

얼차려가 없다지만, 군기사고는 있다. 91년엔 군사분계선 인근 부대에서 내무반 수류탄 투척사건으로 10명이 숨지는 대형사고도 있었다. 강원도 금강군의 북한군 2사단 예하 보병연대에서 입대 3년차 병사가 고참들의 구박에 반감을 품고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졌다. 잠자던 부대원 16명 가운데 7명이 즉사하고 3명은 호송 중에 숨졌다. 부상자들은 모두 불명예 전역을 당하고, 상급부대 지휘관들도 줄줄이 문책을 당했다고 한다.

책은 ‘노랭이’(깍쟁이 같은 평양 출신), ‘뗑해도’(동작이 느린 황해도 출신), ‘얄개’(사나운 함흥 출신) 등 출신지역을 빗댄 북한군 내 은어들도 소개한다. 이씨는 “남한 사람들이 낡은 정보와 편견으로 북한군에 대해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며 “북한군에 대한 객관적이며 정확한 정보가 남한에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