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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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움은 참 기묘한 감정이다. 시작되면 불편하다. 마치 작은 불씨 같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사람의 마음 안에는 그 불씨에 부채질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미움을 키우는, 그래서 미움이 분노로, 분노가 적개심으로 커지길 바라는, 그 무엇이 있다. 난 이 존재가 악이라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고, 상대방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유발하게 하는 존재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마치 내 감정인 양 하는 존재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에 똬리를 튼 악이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이 기도문의 의미는 현실적이다.

#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은 무엇일까. 우선 기도의 맛을 보게 해주신다. 기도 중의 행복감을 갖게 해주신다. 그런데 더 큰 은총은 우리들의 실체, 즉 지금 내 영혼의 상태를 인식하게 해주신다. 속 좁고, 편견 심하고, 잘 삐지고, 자기중심적인 나의 속을 적나라하게 보게 해주신다. 그런데 신기한 건 부끄러운데 행복하고 마음의 짐이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이건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

# ‘침묵은 금이다’란 말은 틀렸다. 침묵은 비겁함이고, 무능함일 뿐이다. 그저 자기 안위를 도모하는 자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만들었다. 침묵은 금이다. 맞다. 말도 안 되는 말로 억지를 부리는 사람 앞에선 침묵이 무기다. 사람들을 만날수록 말의 중요함을 느낀다. 말의 품위와 깊이가 느껴지면 사람도 달라 보인다. 말이 잔망스러우면 사람도 잔망스러워 보인다. 말에 유머가 넘치면 가까이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말은 단순히 입이 아닌 마음과 지적 수련에서 나온다는 것을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절실히 느낀다. 학위도 지위도 자격증도 별 상관없는 듯하다. 최고의 학벌을 가진 자들의 망언이 속출하는 걸 보면서 알게 되었다. 말은 깊은 사고의 훈련과 경험에서 나온다. 우리 안의 닭들은 똑같은 소리만 낼뿐이다. 양반과 상민 계급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말을 듣다 보면 정서적 양반과 상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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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말했는데 상대방이 정색할 경우나 농담을 했는데 진담으로 받아들일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꼴통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처럼, 꼴통들도 피하는 게 좋다. 사람은 대화할 만한 사람이 있는 가하면, 대화가 안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소통 불능자들과 억지소통 하려다 봉변당할 수 있다.

#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세 가지다. 건강한 생각, 병적인 생각, 악한 생각이다. 병적인 생각들은 종교계에도 있다. 신의 대리인 혹은 자신을 신이라 칭하는 자들은 신도들을 착취할 요량으로 언어를 조작하고 교리를 날조한다. 악한 생각은 주로 사이코패스들이 퍼트린다. 이들은 혐오 언어와 적대적 언어로 사람들로 하여금 적의와 살인 충동을 느끼게 한다. 교회는 이런 생각들을 식별하고 사람들을 미몽에서 깨어나서 권력자의 좀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교회 안에서도 잡다한 생각들이 충돌하고 있다. 항상 깨어 기도하라는 것은 병적이고 악한 생각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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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자기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 머문 자리에는 떨치기 어려운 기억들이 있기에 가끔은 망가져야 한다. 늘 반듯하게 산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음을 의미하기에 가끔은 아이들처럼 깔깔대고 웃을 수 있는 놀이에 빠져야 한다. 웃지 않고 경직된 얼굴은 주변을 초토화하기에 나이 들어 갈수록 사람들이 기피하게 된다. 꼰대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삶의 방식을 고치기는커녕 자기처럼 살아야 한다고 잔소리하는 것이다. 참 꼰대 기질은 잘 안 바뀐다.

글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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