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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도 난민이었기에…난민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를!

등록 :2021-12-24 09:25수정 :2021-12-24 09:45

기쁘다 구주 오셨네…

트럼펫 소리가 맨하탄 할렘가에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맨하탄 할렘가에 있는 브루더호프 작은 공동체에서 이웃들을 초대해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하는 날입니다 . 큰 아들 하빈이가 올 해부터 맨하탄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할렘 공동체에 살고 있는데 지난 주말에 우리 가족을 할렘 공동체에 초대한 것 입니다. 할렘 공동체는 주로 맨하탄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을 돕고 이웃들에게 리치 아웃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빈이를 비롯한 6 명의 청년들이 맨하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한 청년은 바우리 홈리스 미션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 이 청년들을 돕기 위해 두 부부가 함께 상주하면서 학생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할렘 공동체는 벌통을 판매하고 관리해주고 공동체 옥상에도 벌통을 설치해 꿀을 모아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 무슨 꿀벌이 있을까 싶지만 센트럴 파크를 비롯하여 여기 저기에 공원들이 많고 꽃들이 많이 심어져 있어 예상 밖으로 벌들이 꿀을 잘 모은다고 합니다. 게다가 공원에 있는 꽃들에게는 농약을 치지 않아 정말 유기농 꿀을 얻을 수 있고 희소 가치로 인해 시중에서 판매하는 꿀의 가격보다 몇 배를 더 받는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유기농에 관심 많은 뉴요커들은 자기집 옥상이나 뜰에 벌통을 설치해 직접 꿀을 모아 먹는다고 하니 멋지군요..,

오늘 있을 이벤트를 위해 어제부터 할렘 공동체는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자매들은 꿀과 계피를 넣어 만든 독일 크리스마스 쿠키인 렙쿠헨 (Lebkuchen) 을 만들어 구운 다음 계란 노른자에 빨간 식용 색소를 넣어 쿠키에 바르고 하얀 아이싱으로 예쁘게 꾸밉니다.

하빈이와 유빈이와 몇몇 청년들은 프레츨을 열심히 만듭니다. 이른 아침부터 만들어 놓은 프레츨 반죽을 손바닥으로 엿가락처럼 길게 민 다음 양쪽 끝을 두 번 꼬고 가운데를 집어 꼬아 놓은 끝에 내리어 붙이면 하트 모양의 예쁜 프레츨 모양이 됩니다. 유빈이는 반죽 2 개를 합치어 줄넘기라도 할 듯 길게 만들더니만 자기가 보기에도 너무 컸는지 결국에는 다시 두 동강이내 작게 만들었네요.

이렇게 프레츨 모양을 만든 후 뜨거운 잿물에 담구었다 빼어 굵은 소금을 뿌린 후 오븐에 구우면 맛있는 프레츨이 완성! 갓 구어내 프레츨 한 쪽을 입어 넣으니 밖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부드러우면서 짭짤한 맛이 나는 것이 입에서 살살 녹는 것 같습니다.

프레츨은 400 년대 고대 로마 기독교인들이 사순절 기간 동안 육류와 유제품 섭취를 피해 밀가루와 물, 소금만으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 기원으로 7 세기에 한 수사가 기도문을 잘 외운 아이들에게 상으로 주기 위해 양팔을 교차시켜 손을 반대편 어깨에 대고 기도하는 모습을 본 따 현재의 프레츨 모양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프레츨 모양이 참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깊은 뜻이….

프레츨을 잿물에 한번 담구었다 굽는 이유는 빵 반죽이 잿물로 인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진한 광택이 나면서 밖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프레츨 특유의 풍미를 더하기 위한 것입니다. 잿물 대신 끓는 베이킹 소다 물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잿물을 사용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죠.

처음부터 잿물을 사용했던 것은 아니고 독일의 한 제빵사가 프레츨을 설탕물을 담그려고 옆에 놓았는데 청소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잿물에 실수로 프레츨을 떨어 뜨렸습니다. 그동안 단 맛이 나는 프레츨에 익숙했던 손님들이 잿물에 빠진 독특한 프레츨 맛을 보고는 좋아하게 되어 오늘날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프레츨이 탄생하게 되었으니 기원과는 상관없이 독일에서 완성이 되어 독일의 대표적인 빵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희 공동체에서 특별한 행사 때에는 프레츨이 빠지지 않고 오늘 할렘의 크리스마스 이벤트에도 프레츨을 열심히 만들었네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어제 만든 쿠키도 크리스나무에 걸어 놓고 한쪽엔 크래프트 코너도 만들어 아이들과 어른들이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 수 있게 준비해 놓고 하빈이, 유빈이는 다른 청년과 함께 메이플릿지 공동체에 사시는 팀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독일식 수제 소시지도 열심히 굽고 손님 맞을 준비가 다 되었네요. 박스에서 산타 모자를 꺼내던 캐서린은 산타 옷을 발견하자 옆에 있던 나를 쳐다 보더니 오늘 산타가 되어 사람들에게 지팡이 박하사탕을 나누어 주라고 하네요 . 크리스마스 손님으로 왔으니 순종할 수 밖에요.

오후 2 시가 되어 다른 공동체에서 지원 온 브라스밴드의 크리스마스 캐롤이 할렘 골목가에 울려 퍼지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나옵니다. 한 청년이 열심히 브라스 연주를 듣길래 제가 어서 와서 함께 즐기라며 초대하자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옵니다. 알고 보니 콜럼비아 대학에서 치과 공부를 하는 학생인데 며칠 전에 이사를 왔다며 자기도 섹스폰을 불었다며 즐거워합니다. 어린 아이들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와서 크리스마스 쿠키도 나무에서 가져가고 아빠들은 열심히 맛있는 소시지와 프레츨을 먹으면서 담소하고 한쪽에선 할머니와 어린 아이들, 청년들 할 것 없이 열심히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만들고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한 이웃이 이곳 할렘 형제에게 왜 이런 이벤트를 하냐고 하자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어요. 이웃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거든요 라고 대답하자 환하게 웃으며 함께 기쁨을 나눕니다. 얼떨결에 산타가 된 저도 열심히 지팡이 사탕을 나누어 주며 함께 크리스마스 spirit 을 느껴봅니다.

다음날 하빈이는 아빠 엄마가 왔다고 맨하탄 구경을 시켜 줍니다. 하빈이가 우리를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것은 작년 3 월에 오픈한 100 층짜리 빌딩인 Edge 전망대 관람입니다. 꼭대기층에 올라가 보니 경관이 정말 장난 아니네요. 투명한 유리로 벽 너머로 허드슨 강을 끼고 맨하탄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 옥상 중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 뭔가 가보니 빌딩 가운데 구멍이 있고 유리로 덮여 있습니다. 유리 밑으로 아래가 다 내려다 보이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데 사람들이 그 유리 위에 올라가고 심지어 누워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빈이도 올라가더니 푸시업을 합니다. 청춘이 좋긴 좋군요. 저도 용기를 내어 춤추는 흉내를 내고, 아내는 아찔한지 올라가기를 두려워하더니 하빈이 손을 잡고 간신히 올라가 찰칵 기념 사진을 남겼습니다.

모처럼 하빈이와 함께 할렘에서 온 가족이 즐거운 대강절을 보내고 메이플릿지로 오니 메이플릿지 학교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올버니에 있는 아프카니스탄 난민들이 정착할 집들을 청소하고 수리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지난 9 월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124,000 명의 아프카니스탄 난민들이 도착 했습니다. 좌석도 없는 비행기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바닥에 앉아 있는 이들의 사진은 마치 한국 전쟁시 흥남 부두 철수 작전에서 피난민들로 가득 채운 메리디스 빅토리호를 연상케 해 마음이 저려 옵니다.

저희 공동체에선 세이브 더 칠드런 국제기구와 함께 협력해 청년 9 명과 한 부부를 덜레스 공항으로 보내어 특별히 난민 아이들을 돌보게 하였습니다. 이 부부가 얼마전 다시 집으로 돌아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한 쪽 팔 전체에 화상을 입을 사람, 총알이 박힌 사람, 부모는 남겨 두고 피난 온 4 명의 어린 형제 이야기, 피난 도중 아이를 낳은 사람들

이들은 덜레스 공항에 며칠간 머물다 미국 전역에 있는 수용소에 보내졌습니다. 텍사스에도 난민 수용소가 있어 저와 함께 일하던 대니 할아버지와 질 할머니 부부도 청년 5 명과 함께 텍사스로 보내져 지난 2 개월간 난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였습니다. 수용소에서 난민 절차를 마친 사람들은 여러 주로 보내어 지는데 이곳 올버니에도 아프카니스탄 난민들을 맞느라 분주해지자 난민 담당하는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해와 이곳 청년들과 학교 학생들이 가서 집 청소와 수리를 돕고 있습니다.

유빈이가 다니는 마운트 고등학교도 이들을 돕기 위해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학생들이 클럽 활동으로 기른 자유 방목 계란, 파이와 쿠키, 크리스마스 리스, 콘 홀, 공예품 등등 주변에 많은 이웃들이 방문해 기쁘게 도네이션하며 사갑니다. 웰딩 클럽 아이들이 만든 파이어 피트는 이미 팔렸다며 함께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는 쪽지가 붙어 있네요. 이 중 암수 사슴모양으로 만든 촛대가 제 맘에 꼭 들었는데 한 바퀴 돌고 오니 벌써 팔려 버리고 말았네요. 보는 눈은 같은 가 봅니다.

요셉과 마리아에게 줄 빈 방이 없어 마구간에서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시고, 헤롯 왕에게 쫒기어 이집트로 피난 가셨던 것을 생각하며 제가 좋아하는 성탄 노래를 부르면서 세상의 모든 난민들이 고통을 잊고 평안히 쉴 수 있도록 방을 내어 주고 따뜻하게 맞이 하는 성탄이길 소원해 봅니다.

아우야 오렴 누이야 오렴
따스하게 담요 두르고
밤이 춥고 어두워도 구유 찾아 함께 가자
깜깜하고 추워도 두려워 마
빛 되신 주 위로하시니
구세주 오셨네

아우야 오렴 누이야 오렴
네 헌옷을 가지고 오렴
우유 달걀 드리자 내일 먹을 것이 없어도
배고프고 아파도 두려워 마
사랑의 주 모두 주시니
구세주 오셨네

아우야 오렴 누이야 오렴
자장가를 불러 드리자
세상은 험악해져도 마구간에 웃음 채우자
미워하고 슬퍼도 두려워 마
기쁨의 주 함께 하시니
구세주 오셨네

메리 크리스마스 !

글 박성훈 형제/ 부르더호프공동체 미국 메이플릿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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