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더호프 사람들과 한국의 전통 민속놀이인 기와밟기 놀이를 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 하나님 나라>의 박성훈 저자(사진 맨오른쪽).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브루더호프 사람들과 한국의 전통 민속놀이인 기와밟기 놀이를 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 하나님 나라>의 박성훈 저자(사진 맨오른쪽).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이 공동체에 합류한 이후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있어요. 우리가 좀 더 일찍 이 삶에 함께하지 못한 걸 후회한답니다.”

2007년 초 한국 강원도 산골 출신의 박성훈씨가 아내 박순옥씨와 두 아들 하빈·유빈이와 함께 미국 브루더호프 공동체에 합류하기 직전, 한국을 방문한 이 공동체의 구성원인 제리와 낸시 부부와 나눈 대화다. 순옥씨가 물었던 이 질문을 요즘 박씨 부부도 간혹 받는다. 그럴 때면 제리·낸시 부부 처럼 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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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씨가 지난 15년간 한 리얼 공동체 체험기인 ‘브루더호프 이야기’를 <이상한 나라 하나님 나라>(신앙과지성사 펴냄)라는 책으로 펴냈다. 저자의 가족이 공동체원들과 어울리며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모습으로 파티를 하고, 게임을 하고, 캠핑을 하고, 낚시를 하고, 웃고 떠들며 매일 축제 같은 삶을 사는 ‘브루더호프 이야기’는 마치 드라마나 소설처럼 느껴진다. 어느새 도시를 떠나 전원마을로 소풍을 가서 함께 즐기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브루더호프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고 다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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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더호프는 1920년 독일의 신학자인 에버하르트 아놀드에 의해 설립돼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23개 공동체에서 2700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를 추구하며 살고 있다.

저자는 브루더호프에 오기 전 자신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은 동토’로 표현했다. 2007년 3월 브루더호프 공동체 산하 우드크레스트 공동체에 도착한 며칠 후 공동 저녁식사 시간에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지금 내 마음이 슬프다”라고 해버린 것이다. 그 순간 아내 순옥씨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속 마음을 열어 내보이다니…’라며 저으기 당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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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녁식사가 끝나자 모든 형제자매들이 그의 앞에 서서 한결 같이 그윽한 눈으로 보며 “용기를 내세요, 내가 당신의 마음을 이해해요”라며 꽉 안아주었다.

‘아니 이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랑을 부어 주시는 걸까?’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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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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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그는 시간이 흐른 뒤 예수께서 상한 마음을 가진 자를 찾듯이 그들도 영혼이 부서진 자들을 주님의 마음으로 어루만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로도 아무리 멋진 말을 해도 꿈쩍도 안 하던 형제들이 누군가 자신의 연약함을 내놓고 형제들의 도움을 구하면 어느새 우리의 강퍅한 마음들을 녹이며 형제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을 수없이 보곤 했다. 그는 이것이 ‘참 놀라운 하늘나라의 비밀’이라는 것을 안다.

방문 초기 저자 가족의 호스트였던 제임스, 제인 부부는 밤마다 집에 찾아와 서툰 영어 때문에 모임 때 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설명해주었다. 그 집의 중학교 1학년 딸 제시카는 7개월 된 유빈이를 돌봐주었다. 그러자 저자의 아내가 호스트 가족에게 “우린 당신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사람들인데 왜 당신들은 우리를 이렇게 사랑해 주나요?”라고 묻자 제임스가 답했다. “그럼 우리가 사랑해야지 미워해야 하나요?”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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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브루더호프의 삶은 매일매일 축제 같지만, 축제와 목가적 삶만으로 ‘이상한 나라’를 이해할 수는 없는 이유는 그것이다. 브루더호프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서로 늘 함께하고 배려하고 사랑하고 돌보고 즐기는 공동체적 삶에 있다. 공동체에서 장애인과 노약자를 비롯한 약자를 가장 우선적으로 온 정성을 다해 돌보고, 어린이의 마음을 ‘하나님의 생각’으로 여기며, 재난·분쟁지역에 형제들을 파견해 세상의 아프고 슬픈 사람들과 끈을 이어 기도하고 돕는 것에서 그 이상한 나라가 꿈꾸는 삶을 엿보게 된다.

브루더호프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행하기 위해 종교나 정치 노선에 상관없이 선의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고, 심각한 세상의 위기 해결을 목표로 하는 국제적 비영리단체를 지원하고, 지역 사람들과 함께 지역 푸드 뱅크 건물을 수리하고,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고, 외로운 노인들을 방문한다. 부르더호프 사람들이 현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이를 실천한다.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사진 브루더호프 제공

브루더호프 이야기에 늘 기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희귀한 염색체 이상을 안고, 심장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태어난 루크의 심장 박동과 그 부모의 아픔에 전 공동체원들이 함께하며 깊은 슬픔 속에서 공동체원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루크를 아름답고 고요한 천국으로 안내했다.

김난예 한국침례신학대 교수는 “이 책은 경쟁과 자본주의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존중과 돌봄과 환대의 기쁨과 함께하는 삶을 볼 수 있게 해주며, 자녀 교육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답이 녹아있다”고 추천했다.

정원범 대전신학대 교수도 “이 책은 끝없는 욕망과 경쟁, 소외와 반목, 갈등과 분쟁, 억압과 착취, 폭력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서 그와는 전혀 다른, 참으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모든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 공동체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줘 동화나라에 갔다 온 행복감에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