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기록을 넘어 세계신기록에 도전하겠다.” (역도 박혜정)
“2032 브리즈번올림픽까지 3연패를 이루겠다.” (태권도 박태준)
2024 파리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대표 선수들이 “이번 대회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을 향해 도약하겠다”는 저마다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박태준(20·경희대)은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꿈은 다 크게 가지라고 있는 것이다. 2032 브리즈번올림픽까지 3연패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태준은 지난 7일(현지시각) 대회 태권도 남자 58㎏에서 우승하며 종주국에 8년째 끊겼던 ‘금맥’을 되살렸다.
박태준은 이번 대회 한국 태권도 첫 주자로 나서 우승을 차지하며 태권도 대표단에 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었는데 금메달을 따 성공한 것 같다. 시합장에 들어가 관중을 보니 긴장이 오히려 풀리고 여유가 생겼다”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일반 시합과 다를 게 없으니 긴장하지 말라는 식으로 금메달의 기운을 전해줬다”고 돌아봤다.
박태준은 지난 2월 상대 전적 7전7패로 밀리던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 동메달리스트 장준(24·한국가스공사)을 국내 선발전에서 제치고 생애 첫 올림픽행 티켓을 따냈다. 박태준은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직후엔 금메달을 목표로 잡고 준비했다. 올림픽을 바라보고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한 만큼 감회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11일 열린 폐회식에 복싱 동메달리스트 임애지(25·화순군청)와 함께 한국 선수단 대표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금메달을 딴 것도 영광인데 기수까지 하게 돼 정말 영광”이라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대한민국 국기를 들고 대표로 입장하는데, 손맛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이날도 임애지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입국장을 빠져나와 취재진과 팬들 앞에 섰다.
지난 4일 대회 여자 복싱 54㎏ 동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여자 복싱 첫 올림픽 메달이자, 2012년 런던 대회 라이트급 한순철의 은메달 이후 12년 만의 한국 복싱 올림픽 메달을 따낸 임애지는, 이날 해단식 뒤 취재진과 만나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를 향한 포부를 드러냈다. 임애지는 “내가 얼마나 더 잘될지, 얼마나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애지는 “(전국체전 여자 복싱에) 체급이 50㎏, 60㎏, 75㎏ 3개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파리에서 54㎏에 출전하는 임애지는 10월 열리는 체전에서 60㎏에 출전해야 한다. 그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급을 보고 ‘이렇게까지 찌워서 내가 해내겠다’는 결심을 갖기 어렵고, 이 때문에 (여자 복싱) 선수가 더 적다고 생각한다”며 “체전 체급이 더 생긴다는 말이 계속 나왔지만 생기지 않았다. 빨리 생기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훈련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임애지는 “한국에 좋은 복싱 선수가 정말 많은데, 이번에 달리기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부상이 많아졌다”며 “다 메달을 딸 거라 생각했는데 중간에 부상 때문에 몸 상태에 제약이 생겼다. 우리는 복싱 선수인 만큼, 복싱이 주가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했다.
대회 마지막 날 역도 여자 81㎏ 이상에 출전해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의 한국신기록을 들며 장미란 이후 여자 최중량급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박혜정(21·고양시청)은 “올림픽을 위해 지난 4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증거가 은메달로 나온 것 같다”며 “(금메달을 딴) 중국의 리원원과 (합계 기록에서) 10㎏ 정도 차이가 나는데,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운동하면 차근차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은 이어 “한국 신기록을 계속 세우다 보면 언젠가 세계 신기록에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4년 뒤에는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 가운데 메달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 나서 좋은 성과를 낸 데 대해서는 “주변에서 한국의 마지막 메달로 박혜정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거냐고들 해서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책임감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꿔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이번 주말까지 휴식을 취한 뒤 다음 주부터 다시 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일단 오늘은 ‘뿌링클’(치킨) 먹을 거예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