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동안의 여정을 마친 2024 파리올림픽은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 속에서 열렸다. 파리 시내는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가득했고, 실제 대회 기간 통신망과 철도가 공격을 받기도 했다. 큰 사고 없이 대회를 마쳤지만, 개회식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이념과 가치를 둘러싸고 갈수록 더 분열하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 올림픽이었다.
파리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의 출전을 불허했지만,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의 참여는 허가했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 등이 열릴 때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던 것에 대한 반작용까지 더해져 아랍·중동권에서 비판 목소리가 특히 컸다.
아랍·중동권에서는 올림픽이 보편적 가치를 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구적 가치만을 대변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던 대회 개회식은 성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 등의 메시지를 담았는데, 무슬림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여기에 프랑스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히잡을 쓸 수 없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사실상 무슬림을 배제하는 대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이유로 일부 무슬림은 에스엔에스(SNS)에서 대회 보이콧 운동까지 벌였다.
개회식 등에서 파리올림픽이 보여준 가치에 대해서는 서구권에서도 그동안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해왔던 이들을 비롯해 우파와 가톨릭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을 통해 “국제 올림픽 운동이 체면을 잃고, 때로는 변태에 가까운 유사 자유주의적 표현의 희생자가 됐다”는 논평을 냈다. 이처럼 이번 대회는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의 문화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런 논란의 정점은 여자 복싱에 출전한 알제리 이만 칼리프(25)와 대만 린위팅(28)에 대한 공격이었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선수가 엑스와이(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두 선수가 여성임을 명확하게 확인했고, 이후 국제복싱협회 검사의 신빙성에 대한 의혹도 커졌지만 논쟁은 멈추지 않았다. 서구권에서는 각종 정치인과 유명인이 이 문제를 쟁점화했고, 아랍·중동권에서는 서방이 아랍 여성(칼리프)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올림픽은 앞으로도 점점 더 이런 갈등이 드러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하지만 2021년 열린 도쿄 대회를 기점으로 성평등, 인종차별 반대 등에 대한 목소리에 대해선 보편적 가치라는 이유로 조금씩 빗장을 풀었다. 이를 두고 여러 집단에서 ‘왜 우리 목소리는 보편적 가치가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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