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제일 속 많이 상하고 안타까워할 마음을 알기 때문에 너무 만나서 안아드리고 싶어요. ‘진짜 고생하셨다’고.”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세계 3위)은 동고동락하며 3년간 올림픽을 함께 준비했던 김도균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세 번의 도약에도 2m31을 넘지 못해 메달권에 들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였다.
우상혁은 10일 밤(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7의 기록으로 12명 중 7위에 올랐다. 예선과 같은 기록으로 두번째 올림픽을 아쉽게 마감했다. 그는 카타르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 저본 해리슨(미국), 해미쉬 커(뉴질랜드)와 함께 높이뛰기 빅4로 불리며 유력한 메달권 후보였다.
우상혁은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같은 날은 (컨디션이) 안 좋아도 최대한 좋게 만들어야 하는 날이다. 계속 침착하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경기)하는 게 우선인데 그런 부분에서 아직도 조금 부족했다”고 결선 경기를 평가했다. 우상혁은 이날 첫번째 주자로 나서 2m17과 2m22을 가뿐하게 넘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2m27을 2차 시기에 성공한 뒤 2m31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우상혁은 이날 ‘스마일 점퍼’답게 마지막 시도마저 실패로 끝난 뒤에도 미소를 머금고 매트를 내려왔다. 그는 당시 상황을 놓고 “그냥 홀가분했다. 3차 시기에 걸렸기에 되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지난 3년간 감독님과 계속 울고 웃으면서 도전한 게 생각나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마음에 웃음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쿄올림픽 시즌도 잘 치렀고, 이후 세계선수권과 다이아몬드리그까지 잘 치렀다. 그런데 결국 올림픽을 이렇게 끝냈기에 올시즌이 제일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담담한 어조로 출전 소감을 말하던 우상혁의 눈빛은 “감독”이라는 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도균 감독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하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다 그는 “저보다 감독님이 더 고생했기에 올 시즌은 정말 눈물만 난다. 저는 몸만 힘들 뿐인데, 감독님은 (선수) 감정부터 생활 등 이런 것부터 (챙기느라) 다 힘드셨다. 너무 죄송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그저 (감독님께) 감사할 뿐이다. 올림픽 결선도 두 번이나 만들어주시고 항상 저를 열정 있는 선수로 만들어주셨다. 우리나라에서 넘버 원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올림픽이 끝났지만, 일단 조금 쉬셨으면 좋겠다”며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
이날 남자 높이뛰기에서는 해미쉬 커가 2m34를 넘으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커는 미국의 셸비 매큐언과 결선에서 2m36을 넘은 뒤 연장전인 ‘점프 오프’까지 치르는 접전을 벌였다. 2m38을 넘지 못한 두 선수는 높이를 점점 낮추는 ‘점프 오프’ 대결에 돌입했고, 커가 2m34를 넘고 매큐언은 실패하면서 순위가 갈렸다. 디펜딩 챔피언인 바르심은 2m34로 3위에 올랐다. 바르심과 함께 도쿄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장마르크 탬베리(32)는 3차 시기까지 2m27도 넘지 못하고 11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우상혁의 이날 결선 기록(2m27)은 개인 최고 기록(2m36)은 물론, 올시즌 최고 기록(2m3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7월 최종 모의고사 격인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2m28을 찍었다. 첫 올림픽인 도쿄 대회에서는 4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7위로 마무리한 우상혁은 다음을 기약하며 더 정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에서는 희망을 봤다. 파리올림픽은 다시 한 번 제 불꽃을 더 올릴 수 있도록 자극이 되는 경기를 치렀다”며 “매 시즌 꾸역꾸역 다시 준비하면서 엘에이까지 나가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말에는 “그냥 저 자신에게는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파리/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