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태권도 간판 이다빈(27·서울특별시청)이 2024 파리올림픽 준결승에서 패하며 ‘태권도 그랜드슬램’ 달성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이다빈은 1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펠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초과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스베틀라나 오시포바(24)와 겨뤄 라운드 점수 0-2(3:3/5:9)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 겨루기 랭킹 4위인 이다빈은 지금껏 9위인 오시포바와 겨뤄 승리를 내어준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이날만은 예외였다.
이다빈은 이날 1라운드 초반 접전 끝에 라운드 종료 20여초를 남기고 헤드킥으로 3점을 먼저 획득했다. 곧바로 상대에게 3점을 내주며 3-3 동점이 됐지만, 유효타를 더 많이 만든 오시포바가 첫판 판정승을 가져갔다. 동점이 된 라운드는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정한다.
2라운드 초반 오시포바에게 헤드킥을 허용하며 3점을 내준 이다빈은 이내 몸통을 향해 발차기를 날려 2-3으로 추격했다. 하지만 이후 발을 이용한 몸과 머리 공격을 잇따라 당하며 5-9로 라운드를 마쳤다.
이로써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에 대한 한국 태권도의 기대가 무너졌다.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태권도가 딴 금메달은 박태준(20·경희대)과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가 각각 남자 58㎏, 여자 57㎏에서 딴 두 개로 확정됐다. 금메달 2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김소희 여자 49㎏, 오혜리 여자 67㎏)와 같은 성적이다. 2021년 도쿄 대회 태권도에선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은메달리스트인 이다빈은 우리나라 겨루기 간판 선수다. 고등학교 때 출전한 2014 인천아시안게임(62㎏)에서 우승하더니,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67㎏ 초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2019 맨체스터세계선수권대회와 2016 마닐라아시아선수권대회 73㎏ 정상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이다빈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태권도 그랜드 슬램’을 완성할 수 있었지만, 다음 기회를 엿보게 됐다.
이다빈은 11일(한국시각) 새벽 3시34분 동메달결정전에서 메달을 향한 도전을 이어간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