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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대표팀의 마니자 탈라시가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조별예선에서 ‘아프간 여성들에 자유를’이라는 문구를 펼쳐 보이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난민 대표팀의 마니자 탈라시가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조별예선에서 ‘아프간 여성들에 자유를’이라는 문구를 펼쳐 보이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브레이크댄스) 비걸 종목에 난민 대표로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마니자 탈라시(21)가 실격 처분을 받았다. 경기를 마치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 자유를’(Free Afghan Women)이란 문구를 적은 망토를 두른 행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금지한 ‘정치적 의사 표현’에 해당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탈라시는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대회 브레이킹 비걸(여자부) 첫 경기에 난민 대표로 나서 네덜란드의 인디아 사르조에와 맞대결을 펼쳤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그는 공연 도중 상의를 벗고 안에 입은 옷 등 뒤에 ‘아프간 여성들에 자유를’이라는 문구를 적은 망토를 펼쳐 보이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인 탈라시는 인터넷을 통해 브레이크댄스를 접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2021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더는 춤을 출 수 없게 됐다. 탈레반이 여성들의 스포츠 및 대외 활동을 가로막은 탓이다. 여성 브레이크 댄서의 꿈을 키우던 탈라시는 살해 위협에까지 노출됐다. 탈라시는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파키스탄을 거쳐 스페인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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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대표팀의 마니자 탈라시가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조별예선에서 열연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난민 대표팀의 마니자 탈라시가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조별예선에서 열연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탈라시는 이날 심사위원단 투표에서 사루조에에 밀려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몇 시간 뒤 대회 조직위는 경기 결과를 점수 차에 의한 패배가 아닌 ‘실격 처분’(DSQ)으로 바꾸고, 탈라시의 점수를 0점으로 표기했다. 탈라시가 “올림픽 현장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종교·인종적 선전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IOC 헌장 50조를 위반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IOC는 해당 규정을 어길 경우 국가올림픽위원회, 국제 연맹 및 IOC의 평가 뒤 필요에 따라 사안별로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탈라시는 탈락 사유와 관계없이 자신의 행동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나는 사람들에게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