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운동을 관두고 싶을 정도로 한탕 한탕 나갈 때마다 정말 지옥길을 가는 것처럼 (훈련)했습니다.”
세계 12위로 그랑 팔레의 팔각 매트 위에 선 김유진(23)은 바로 앞 상대의 순위에 움츠러들지 않았다. 가까스로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매 순간 한계치를 끌어올리며 고된 훈련을 완수해온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점인 큰 키(183㎝)를 살려 여자 57㎏에 출전하기 위해선 극한의 감량을 견뎌야 했다.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초콜릿으로 버티며 체력과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유산소 훈련에 힘썼다. 김유진은 “올림픽을 위해 미리 (체중) 조절을 했고, 거의 식단 위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체중 조절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유진이 이러한 과정을 묵묵히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이 너무나 험난했기 때문이다. 그는 올림픽 랭킹 포인트를 충분히 얻지 못해 자력으로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한국 태권도는 대륙별 선발전을 통해 1장의 티켓을 더 확보할 수 있었고, 김유진은 바늘구멍을 놓치지 않았다. 국내 선발전과 대륙별 선발전을 통과하며 마지막으로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4인에 들게 됐다.
험난한 과정을 모두 극복하고 오른 팔각 매트에서 그는 ‘순위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실력으로 증명해 보였다. 생애 첫 올림픽이었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았고, 16강전의 하티제 일귄(튀르키예·5위), 8강전의 스카일러 박(캐나다·세계 4위), 4강전의 러쭝수(중국·1위), 결승전의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세계 2위)를 모두 꺾었다.
특히 러쭝수를 상대로 2라운드를 내주는 위기를 잠시 겪기도 했지만, 혹독했던 훈련 과정이 그의 흔들리는 멘탈을 다잡았다. 2라운드를 끝마치고 짧은 쉬는 시간 동안 “그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꼭 이겨야 한다.”, “내가 이까짓 것도 못하겠어? (훈련) 과정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하지” 등의 말로 자신을 다독였다. 그리고 그는 3라운드에서 더 악착 같이 발차기를 쏟아내며 결승에 올라섰다.
결승전에서도 김유진은 긴 다리로 상대의 머리를 정확히 가격하는 주특기를 선보이며 여유롭게 승리를 따냈다. 그는 공식기자회견에서 “랭킹이 높다고 꼭 잘하는 것은 아니니, 저 자신만 무너지지 말자고 (되뇌며) 자신을 바로 잡았다”며 “저 자신을 믿고 있었고 랭킹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만큼 노력했으니, 금메달을 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유진의 금메달로 한국 태권도는 여자 57㎏ 종목에서 16년 만에 다시 금맥을 이을 수 있게 됐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정상에 선 김유진은 금메달을 따낸 소감을 묻는 말에 “너무 벅차고 제 자신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내년에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라며 “개인적으로는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리고 모든 여정이 끝난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삼겹살에 된장을 먹고 싶다.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해맑게 웃었다.
파리/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