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진적 사고, 우진적 사고….
요즘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다. 힘든 훈련과 압박을 견뎌내고 2024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머쥔 선수들의 특별한 마음가짐이 사람들을 일깨우고 있다. 안 좋은 상황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원영적 사고’에 빗대 선수 이름을 넣은 ‘○○적 사고’가 번지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의 ‘꿈은 이루어진다’ 같은 막연한 희망 찬가는 옛말.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불안을 인정하는 데서 사고의 전환이 시작된다.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금메달 반효진은 흔들릴 때마다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독였다고 한다.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데 나만 멈춰 선 것 같은 좌절감’은 그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은메달 김예지는 긴장될 때마다 “괜찮아. 다 나보다 못 쏴”라고 되뇌었다고 했다. 사격 25m 권총 금메달 양지인은 슛오프 상황에서 실은 “속으로 ‘어떡하지, 어떡하지’ 달달 떨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하면서 한 발 한 발 쐈다”고 한다. “프랑스 선수가 쏠 때마다 관중이 환호해서 ‘떨리기는 쟤가 더 떨리겠지’ 생각했어요.”
위기의 순간, 나를 믿어주는 한마디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펜싱 남자 사브르 2관왕 오상욱은 개인전에서 6연속 실점하며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순간, 뒤에서 들려온 코치의 한마디에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아니다. 할 수 있다. 네가 최고다!” 오상욱은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잘할 수 있었다”고 했다. 태권도 남자 58㎏ 금메달 박태준은 결승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휴대전화 배경 화면 글귀를 읊조렸다고 한다. “난 된다. 난 될 수밖에 없다. 난 반드시 해낸다!” 여자 복싱 첫 올림픽 메달을 딴 임애지는 “난 무조건 (결승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을 믿었다.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패배에 좌절하지 않는 태도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든다. 양궁 남자 김우진은 3관왕을 달성한 뒤 이렇게 말했다. “메달을 땄다고 젖어 있지 마라. 해 뜨면 다시 마른다.” “오늘 메달은 오늘까지만 즐기겠다.” 주 종목인 권총 25m에서 0점짜리 한발로 결선 진출에 실패한 김예지는 “0점 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툴툴 털고 일어섰다. 속상하지만 자신을 다시 다독이고 나아가려는 마음가짐이다. 탁구 신유빈은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지금 당장 나보다 나은 상대를 이길 수는 없지만, 노력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결승을 앞두고 “낭만 있게 끝낼 수 있도록 내일 경기만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사고를 바꾸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주저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활을 들면 후회 없이 쏜다”는 김우진의 말은 화살처럼 가 꽂힌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