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역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타이 태권도 국가대표 파니팍 웡파타나낏(27)이 금메달을 확정 짓고 한국인 최영석 감독에게 달려가 엎드려 큰절했다.
파니팍은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전에서 중국 궈칭을 꺾고 우승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이은 올림픽 2연패로, 타이 최초의 기록이다.
경기를 마친 파니팍은 최 감독과 얼싸안고 기뻐한 뒤 타이 국기를 펼치며 자축했다. 특히 이날은 자신의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파니팍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기로 했다.
타이의 ‘국민 영웅’ 대접을 받는 파니팍은 20년 넘게 타이 대표팀을 지도 중인 최영석(찻차이 최) 감독의 애제자로 꼽힌다. 방콕에서 기차로 12시간이나 걸리는 남부 수랏타니주 출신인 파니팍이 최 감독을 처음 만난 것은 13살 무렵. 당시 청소년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방콕에서의 합숙 훈련에 참가했던 파니팍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2주도 채 되지 않아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때 최 감독이 파니팍과 가족을 설득했고, 특히 파니팍의 아버지에게는 “딸처럼 잘 보살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후 최 감독의 지도를 받아 온 파니팍은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과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파리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 감독은 2002년부터 타이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타이를 태권도 강국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올림픽닷컴과 인터뷰에서 “타이는 무에타이의 본고장이기에, 본격적으로 태권도 선수들을 양성하기 위해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지도자인 저를 초청하게 된 것”이라며 처음 타이에 온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호랑이띠인 데다 선수들을 엄하게 지도해 타이 언론으로부터 ‘타이거 최’라는 애칭을 얻은 최 감독은 2006년 타이체육기자협회에서 주는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고 같은 해 말 타이 왕실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최 감독은 2022년 타이로 귀화했다.
로이터 통신은 파니팍이 2016 리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은퇴를 고민할 당시 그가 태권도를 그만두지 않도록 설득하는 데 최 감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