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된다. 난 될 수밖에 없다. 난 반드시 해낸다….”
태권도 남자 58㎏ 박태준(21)은 올림픽 결승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 자신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을 지긋이 응시했다. 그는 경기가 열린 7일 아침부터 저녁(현지시각)까지 틈날 때마다 이 행동을 수시로 반복했다. 내 운을 ‘확’ 끌어올리는 행운의 말버릇. 그는 배경 화면에 자신감을 북돋을 수 있는 문구를 가득 채워놓았다.
이는 박태준이 긴장을 풀기 위해 사용하는 멘탈 관리법이다. 그는 “운동선수가 어느 정도 실력이 비슷해지면 그때부터는 멘탈 싸움에서 갈린다. 저는 멘탈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지금도 배워나가야 할 게 많지만,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가 굉장히 도움된다”고 말했다. 스물한 살의 나이지만 자신만의 멘탈 관리법을 찾은 것이다.
과거 지독하게 훈련만 했던 박태준이 멘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는 맞수 장준과 7차례 맞대결이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동메달리스트인 장준과 만나 7번 만나 7번 졌는데, 그때 흔들렸던 정신을 책을 읽으며 극복했다. 그는 과거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멘탈적으로 위축돼 있어 경기에 들어가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 같아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책 2권 정도를 번갈아 읽어가며 잡생각을 떨쳐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내면까지 채워나간 박태준은 8번째 경기에서 장준에게 승리해 태극 마크를 달았고, 파리 그랑 팔레에서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만들었다. “여기(그랑 팔레)에 있는 동안 긴장이 됐다가 안 됐다가 마음이 핑퐁 하듯 움직였는데, 그럴 때마다 (배경 화면을) 보면서 (긴장을) 낮췄어요.” 공식기자회견을 끝마친 뒤 후련함을 쏟아낸 그가 말했다.
첫 올림픽이라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박태준은 이를 말끔히 극복하며 정상에 올랐다. 심지어 세계 1위인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와 대결(4강전)을 마친 뒤에는 “재미있었다”고도 했다.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묻자, “물론 메달이 걸려 있는 중요한 경기이긴 했지만, 제가 애초에 태권도를 시작한 것도 겨루기 자체가 재미있어서였다”며 “시합마다 재밌다고 느끼진 않는데, 오늘은 오랜 만에 재미있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날 즐기는 사람이었던 박태준을 아무도 이길 수 없었다. 결승전마저 기권승으로 따낸 그는 남자 58㎏에서 한국 태권도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내며 정상에 섰다. 한국 태권도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은 2016년 리우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파리/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