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올림픽 금메달’이지만 나라마다 그 값어치는 천차만별이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에페 펜싱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비비안 콩(30)의 금메달은 600만홍콩달러(약 10억5600만원) 가치가 있다. ‘시엔비시’(CNBC), ‘유에스에이(USA)투데이’, ‘타임’ 등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리스트 포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은메달과 동메달도 각각 300만홍콩달러(5억2700만원)와 150만홍콩달러(2억6300만원)의 포상금이 책정돼 있다. 다만 콩은 과거 홍콩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중국을 옹호하는 논문을 썼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은퇴를 선언했고, 포상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청카룽은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역시나 600만홍콩달러를 받게 됐다.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하면서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 올림픽 금메달을 더해 ‘커리어 골든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37)는 21만5000달러(약 2억9456만원)를 손에 넣었다. 그가 그동안 벌어들인 투어 상금(1억8426만달러·2530억원)과 비교하면 아주 적은 액수지만, 선수 생활 막바지에 금메달을 손에 쥐어 감동만큼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세르비아는 이번 대회에서 조코비치 외에도 사격 공기권총 10m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금메달리스트에게 12만5000달러(1억7000만원)를 포상한다. 우크라이나는 펜싱 사브르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여자 높이뛰기에서 야로슬로바 마후치크(22)가 최정상에 섰다. 마후치크는 금메달을 수여받은 뒤 “지금 이 순간에도 러시아의 대량 공습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현금 외에 정부와 민간 기업으로부터 아파트, 자동차 등 추가 상품을 받는 사례도 있다. 폴란드는 자국의 올림픽 참가 100주년을 기념해 5487만원(동메달)∼8916만원(금메달)의 상금과 더불어 3400만원어치 고급 다이아몬드와 2인 여행권, 바르샤바 광역 수도권에 지어질 방 2개짜리 아파트 등을 지급한다. 폴란드는 현재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획득했다. 테니스 여자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가 금메달을 노렸으나 동메달에 머물렀다.
카자흐스탄도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1억3000만원 이상의 포상금과 더불어 아파트를 지급한다. 남자 유도 60㎏에서 금메달을 딴 옐도스 스메토프가 이 혜택을 받게 된다. 싱가포르는 금메달 100만싱가포르달러(약 10억2600만원), 은메달 50만싱가포르달러(약 5억1300만원), 동메달 25만싱가포르달러(약 2억5600만원)를 지급하기로 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아직까지 단 1명의 메달리스트도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20 도쿄올림픽,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등에서 금메달 6300만원, 은메달 3500만원, 동메달 2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와 별개로 금메달 90점, 은메달 70점, 동메달 40점 등 연금 점수가 적립된다. 연금 점수는 110점을 상한으로, 매달 100만원씩의 연금이 지급된다.
한편, 육상과 복싱은 따로 올림픽 포상을 한다. 세계육상연맹은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에게 5만달러(68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국제복싱협회(IBA) 또한 올림픽 우승자들에게 10만달러(1억3700만원)의 상금을 약속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