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지난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마후치크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마후치크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높이뛰기 세계 신기록 보유자이자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손에 쥔 우크라이나 야로슬라바 마후치크(23)가 올림픽 기간에도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태라는 것이다.

6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을 보면, 마후치크는 “올림픽은 평화를 상징하는 대회임에도 러시아는 (폭격을) 멈추지 않았다. 올림픽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 대규모 공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높이뛰기 선수 야로슬라바 마후치크가 5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우크라이나 하우스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높이뛰기 선수 야로슬라바 마후치크가 5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우크라이나 하우스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후치크는 4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육상 여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00을 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초의 우크라이나 선수다.

광고

마후치크는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국외에서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매우 슬픈 일이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후치크의 고향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드니프로다. 인구 100만명의 이 도시는 러시아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불과 10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마후치크는 지난 2년여 동안 올림픽 훈련을 위해 에스토니아, 포르투갈, 벨기에, 독일 등 주변 국가를 떠돌아야 했다. 가끔 고향으로 돌아갈 때도 있었지만, 다시 기약 없이 떠나야 했다. 그는 “다음 올림픽을 준비할 때는 우크라이나에서 온전히 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마후치크는 여자 높이뛰기 세계 신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열린 2024 세계육상연맹 파리 다이아몬드리그 여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10을 넘어, 1987년 9월 불가리아의 스테프카 코스타디노바가 세운 기록(2m09)을 37년 만에 갈아치웠다.

광고
광고

세계 신기록을 세운 마후치크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튿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인 키이우의 오흐마트디트 어린이병원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병원에서는 최소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쳤다. 공격 당시 치료를 받던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정맥 주사를 맞으며 피신하는 모습도 언론 카메라에 잡힌 바 있다. 마후치크는 “러시아의 공격 이후 솔직히 더 이상의 기쁨은 없었다”고 돌이켰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에서 최정상에 오른 야로슬라바 마후치크가 5일(현지시각)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에서 최정상에 오른 야로슬라바 마후치크가 5일(현지시각)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후치크는 “나에게는 모든 대회가 중요하다. 나는 조국을 대표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는 모든 메달이 중요하다”며 “나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올림픽에서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포츠는 따뜻한 추억과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광고

마후치크는 이번 대회 같은 종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이리나 게라시첸코,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동메달을 딴 미하일로 코한 등 자국 선수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하우스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참상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는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인터뷰에 나서느라 잠이 부족하다”며 전 세계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우크라이나의 첫 금메달은 4일(한국시각)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나왔다. 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우크라이나가 수확한 메달은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등 모두 7개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