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자배구가 파리올림픽 조별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일본의 탈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도쿄올림픽 때 한국 대표팀을 이끌며 일본에 탈락 아픔을 남겼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었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배구 8강 대진은 4일(현지시각) 모든 조별리그 경기가 끝나며 확정됐다. 이번 대회에서 도쿄올림픽 조기 탈락을 설욕하려던 일본은 최종 1승2패를 기록해 B조 3위에 올랐다. 일본은 A조 3위 세르비아·C조 3위 도미니카공화국에 세트 득실 등에서 밀려 결국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 배구는 총 12개팀이 4개팀 씩 3조로 나뉘어 경쟁한다. 각 조 1, 2위는 8강 진출이 확정이다. 나머지 8강 자리 2개는 각 조 3위 3개팀 중 성적이 좋은 2개팀이 차지한다.
일본의 발목을 잡은 건 이번에도 라바리니 감독이었다. 폴란드를 이끄는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달 28일 열린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일본을 만나 3-1(20:25/25:22/25:23/28/26) 승리를 거뒀다. B조는 올림픽 본선 진출팀 확정 시기를 기준으로 세계 1위 브라질, 4위 폴란드, 7위 일본, 20위 케냐가 한 조를 이뤘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한 브라질과 최약체 케냐를 제외하면 폴란드와 일본의 경기가 8강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고빗길이었던 셈이다. 실제 폴란드는 일본전 승리를 바탕으로 2승1패를 기록하며 조 2위에 올랐고, 3승을 거둔 조 1위 브라질과 함께 8강에 올랐다.
라바리니 감독과 일본의 악연은 지난 도쿄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었던 라바리니 감독은 당시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숙적 일본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두며 8강행을 이끌었다. 기세를 탄 한국은 도쿄에서 4강까지 올랐지만, 안방에서 금메달을 노렸던 일본은 한일전 패배가 결정적인 원인이 돼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당시 일본은 세계 순위 5위였고, 한국은 14위였다.
8강에 오른 폴란드는 한국시각으로 오는 7일 미국과 맞붙는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