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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3관왕 김우진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파리올림픽 3관왕 김우진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두 개의 화살이 동그란 10점 선을 물고 과녁에 꽂혔다. 하나는 선 안쪽, 다른 하나는 선 바깥쪽을 물면서 들어왔다. 격차는 단 4.9㎜. 김우진의 올림픽 첫 개인전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김우진은 4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대회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을 만나 세트 점수 6-5(27:29/28:24/27:29/29:27/30:30/10+:10)로 이겼다. 두 선수는 풀세트 접전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슛오프에 돌입했다. 슛오프는 정해진 5세트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화살 한 발을 쏴 과녁 정중앙에 가깝게 맞히는 이가 승리하는 경기 방식이다.

김우진(뒤)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전에서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을 슛오프 끝에 꺾고 대회 3관왕을 차지한 뒤 박성수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파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우진(뒤)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전에서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을 슛오프 끝에 꺾고 대회 3관왕을 차지한 뒤 박성수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파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두 선수의 마지막 화살은 모두 10점 과녁에 도달했지만, 과녁 정중앙을 기준으로 김우진의 화살이 55.8㎜, 엘리슨의 화살은 60.7㎜ 떨어져 있었다. 김우진의 4.9㎜ 차 승리였다. 김우진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이미 제 화살은 10점 안쪽에 박혔고, 엘리슨 선수의 화살은 10점 바깥쪽 라인에 박혔기에 저희쪽 스코프상 이겼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운이 많이 따라줬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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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은 양궁 선수 중에서도 꾸준함의 대명사이다. 이번 대회 3관왕(단체전·혼성 단체전·개인전)을 달성한 임시현(21)은 닮고 싶은 선수로 김우진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태극마크를 단 김우진은 이미 올림픽에서 4개, 세계선수권에서 9개, 아시안게임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신궁 중의 신궁이었다. 이날 개인전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하나 더 추가하면서 그는 양궁 남자 선수 역사상 최초로 3관왕(단체전·혼성 단체전·개인전)에 올랐다.

김우진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 미국 브래디 엘리슨과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박성수 감독과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우진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 미국 브래디 엘리슨과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박성수 감독과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개인전 우승은 그간 김우진의 선수 커리어에 마지막 퍼즐과도 같았다. 2016 리우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단체전에서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리행 비행기를 타기 전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노리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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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특히 4강에서 동료 이우석을 만나서도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김우진은 10점을, 이우석은 9점을 쏘면서 경기는 마무리됐다. 이우석은 4강에서 탈락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누르고 3위에 올랐다. 그는 4강전에 대한 평가를 묻자 “모든 것을 다 끌어내서 경기했기에 오히려 후련했다”며 “전혀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위대한 선수와 맞붙었고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진 거라 (결과가) 원망스럽지 않았다”고 답했다.

꿈에 그리던 개인전 정상에 섰지만, 상대는 미국 양궁 최강자 엘리슨이었다. 둘은 올림픽을 포함한 여러 국제 대회에서 만나 메달을 놓고 다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게임에 임하겠다는 포부도 마지막 한 발을 놓고선 흔들렸다. “우진이 형이 긴장을 엄청 많이 했더라고요. 저는 앉아서 ‘제발 우진이형 후회 없는 슈팅하게 해주세요’라고 눈 감고 기도했어요.” 동메달 결정전을 끝내고 관객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우석은 맏형이 마지막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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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고 태극기를 들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우진이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고 태극기를 들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금메달 5개를 따내며 한국 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김우진이지만, 그는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성과는 지난 시간에 묻는” 마음가짐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기에 다음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제가 양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바뀌지 않는다. 다시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메달을 땄다고 해서 젖어있지 말아달라. 햇빛 뜨면 마른다”고 덧붙였다.

“(목표) 설정은 잘 하지 않아요. 설정이라는 것 자체가 한계를 두는 것이기에 열린 결말로 놔둬야지요. 오늘 메달 딴 건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는 과거에 묻어두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뙤약볕 아래 하루 400발 이상을 쏘며 그슬린 그의 구릿빛 피부가 파리 하늘 아래서 은은하게 빛났다.

한국 양궁 대표팀 김우진이 4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동메달을 차지한 이우석.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더해 3관왕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국 양궁 대표팀 김우진이 4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오른쪽은 동메달을 차지한 이우석.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더해 3관왕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파리/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