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에서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4일 한겨레와 통화한 유도 관계자들은 2024 파리올림픽 유도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 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5개(은 2개, 동 3개)로 2000 시드니올림픽(은 2개, 동 3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기대했던 금메달은 3개 대회 연속 나오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하는 등 좋은 경기를 펼쳐 “잘 싸웠다”고 박수받는다.
대회 초반까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73㎏ 이하와 100㎏ 이하, 여자 70㎏ 이하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대회 초반 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빠르게 떨어졌다. 대회 셋째 날 ‘젊은 피’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메달리스트 4명 중 여자 57㎏ 이하 허미미(은메달·21), 여자 78㎏ 이상 김하윤(동메달·24), 남자 81㎏ 이하 이준환(동메달·22) 등 3명이 올림픽 첫 출전이다. 남자 100㎏ 이상 김민종(은메달·23)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 16강전에서 탈락했지만 4년 사이 대표팀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유도 스타였던 김재범 한국마사회 감독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이후 2020 도쿄에서 세대교체가 시작됐고 이번 대회에서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 것 같다”고 했다. 정훈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모두 20대 초반으로 체력이 좋다”며 “2016년 막내였던 안바울은 어느새 선배급이 되어 노련한 경기력으로 혼성단체전을 이끄는 등 선후배 간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대한유도회 차원에서 허미미, 김지수(23) 등 재일동포 출신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한 것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한국 유도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의 멘털 관리에 특히 신경 썼다. 국내외 대회가 끝나면 전력분석관들이 진천선수촌에서 1박2일간 머물면서 선수들을 상대로 멘털 관리와 기술 부분 등을 보강했다고 한다. 여자 대표팀 코치 출신인 배상일 대한유도회 경기력향상위원은 “1박2일간 머물면서 지도를 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올림픽은 당일 컨디션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올림픽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아서 다른 올림픽 때보다 정신력 강화에 더 신경 썼다”고 했다.
‘헝그리 정신’으로 대표되던 대표팀 분위기도 달라졌다. 금메달이 아니면 눈물을 쏟던 시대를 지나 ‘젊은 피’들은 결과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다음을 기약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한 국가대표 출신 유도 관계자는 “우리 때는 금메달을 못 따면 혼나기도 했고 그 압박감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 세대는 메달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졌고 그것이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황희태 남자유도 대표팀 감독은 혼성단체전 경기 뒤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안창림, 조구함 등이 은퇴했는데 이번에 이준환, 김민종 등을 발견했다”며 “이 선수들이 우리나라의 대들보가 되어서 2028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숙제도 남았다. 여러 선수가 패자부활전 등 메달의 문턱에서 한끗 차이로 탈락했고, 유럽 선수들의 큰 체격에 막혀 업어치기 등 기술이 잘 먹히지 않았다. 정훈 전 감독은 “기술은 좋은데 정확하고 날카롭게 한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숙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범 감독은 “어떤 상황이 펼쳐져도 대처할 수 있도록 체력과 함께 경기운영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