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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바울이 3일(현지시각) 열린 2024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 체급 높은 독일의 이고르 반트케와 대결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안바울이 3일(현지시각) 열린 2024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 체급 높은 독일의 이고르 반트케와 대결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성서의 바울 맞고요, 다윗은 좀 그런데요.(웃음)”

2024 파리올림픽 최고의 영웅으로 떠오른 유도 대표팀 주장 안바울(30·남양주시청)은 전날 동메달의 감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목소리는 경쾌했고, 주변의 관심에 하루 새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체급이 높은 상대를 쓰러뜨린 것을 두고 ‘다윗 아니냐?’고 묻자, 그는 “그건 아니고, 그저 동료들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기독교 가정에서 난 그는 바울이 복음을 전파했던 것처럼 유도를 널리 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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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바울은 3일(현지시각)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혼성 단체전 독일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기적의 승리를 일궜다. 3-3 동점 상황에서 서든 데스로 들어간 안바울(66㎏급)은 한 체급 위의 이고어 반트케(73㎏급)를 5분25초 만에 반칙승(지도 3개)으로 따돌렸다.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을 꺾고 동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가르키며 기뻐하고 있.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을 꺾고 동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가르키며 기뻐하고 있.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 순간 한국팀의 김민종, 허미미, 이준환, 김하윤, 김지수, 윤현지, 한주엽 등은 만세를 불렀다. 함께 대표팀을 꾸린 맏형 김원진도 생애 첫 메달을 동생의 투혼으로 얻게 되자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2020 도쿄올림픽 때 채택된 혼성 단체전에서는 선수단 전원(남5, 여6)에게 메달을 수여한다. 우승팀 프랑스와 준우승팀 일본은 전 체급 14명의 선수가 각각 금·은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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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도 최초로 올림픽 3연속 메달을 딴 안바울은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지금 메달이 나에겐 역대 최고의 메달이다. 더 이상 값진 것은 없다”고 했다. 함께 뛰지 못한 선수들에 대해서도 “새벽부터 나와 도와주고, 경기 끝나면 땀도 닦아주고 모두가 함께 고생했다. 우리는 다 같이 하나”라고 말했다.

안바울은 이날 동점 이후 들어간 연장 최후의 승부에서 “자신 있었다”고 했다. 이미 정규전 다섯번째 주자로 나와 반트케와 5분38초간 대결해 졌지만, 두번째 끝판 맞대결(5분25초)에서는 상대 도복을 잡는 순간 느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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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kg급 안바울이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해 독일 이고르 완드케와 경기를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73kg급 안바울이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 출전해 독일 이고르 완드케와 경기를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안바울은 “정규전 때는 상대의 힘이 좋아서 기술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번째 대결에서는 힘이 빠졌다는 감이 왔고, 기술이 들어가면서 상대가 당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바탕에는 성실파인 그의 엄청난 노력이 있다. 안바울이 개인전 16강전에서 탈락한 것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그는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자신이 있었는데 침착하지 못해서 당했다. 하지만 단체전에서는 체급이 높아도 질 것 같지 않았고,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녀 각 3개 체급을 단체전 출전 기준점으로 정한 상태에서, 과거 이원희 체급인 73㎏에 출전한 선수가 없자 대타로 나서 자기보다 더 큰 중량의 상대와 싸워야 했다. 반트케뿐만 아니라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도 한 체급 위인 조앙뱅자맹 가바와 맞대결해야 했다. 우즈베크의 무로존 율도셰프와는 12분37초 동안 혈전을 벌였다. 이날 총 30분 이상을 비지땀을 흘리며 뛴 것 자체가 초인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경기 전날 계체를 하면, 이후 선수들은 빠르게 체중을 불리기 때문에 66㎏과 73㎏의 체급 차이는 7㎏ 이상이 된다. 체급의 차이는 체력의 차이임에도, 그는 고갈되지 않는 힘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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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바보’ 안바울은 파리로 출국하기 전 “취미가 집에 가서 애기랑 놀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가 ‘취미’인 천하장사가 동메달 확정 뒤 가장 먼저 한 것도 18개월 된 아들과 부인과의 영상통화다. 자랑스러운 메달을 꺼내 보였을 때 아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아들은 아직 메달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파리/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