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그는 포효했다. 입에서는 피가 났다. 그만큼 경기가 격렬했다. 이후 관중석으로 가서 여자친구와 뜨겁게 포옹하고 키스를 나눴다. 경기에서 흔한 장면이라고? 조금은 특별했다. 그들은 동성 커플이었다.
알리체 벨란디(이탈리아)는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78kg 결승전에서 이스라엘의 인바르 라니르를 반칙승으로 꺾고 챔피언이 됐다. 이탈리아 여자 유도 역대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었다. 벨란디는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라니르에게 패해 동메달을 땄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복수에 성공했다.
벨란디가 기쁨을 함께 나눈 그의 여자친구, 재스민 마틴은 브라질 출신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대표해 활약하며 로마에 거주하는 유도 선수다. 벨란디는 이탈리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이것은 사랑으로 가득 찬 금이다. 이 키스가 다른 것으로 여겨지는데, 죄송하지만 이것은 사랑이다. 중요한 결과를 얻은 후에 누구에게 키스하고 싶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고서는 “모든 것은 사랑에 의해 움직인다. 스포츠는 사랑이고, 우정은 사랑이고, 커플도 사랑이다”라면서 “금메달은 내가 오랫동안 쫓던 꿈”이라고도 했다.
벨란디의 올림픽 금메달은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성소수자(LGBTQ) 차별을 묵인하고 있는 터라 더 특별했다. 이탈리아는 올해 초 동성애·트랜스·양성애 혐오에 대항하는 EU선언에 서명하기를 거부한 9개 나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에는 어쩔 수 없었는지 극우파인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경기 뒤 벨란디의 금메달을 축하하며 그를 껴안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