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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차드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선수가 1일(한국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차드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선수가 1일(한국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고마워요, 한국(Thanks you corea).”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 64강에서 한국 남자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32·청주시청)과 경기 중 1점을 쏴 화제가 된 차드의 이스라엘 마다예(36) 선수가 자신을 응원해 준 한국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다예는 7월31일(한국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날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64강 경기 사진을 올리며 이같이 적었다. 세계 랭킹 201위인 마다예는 세계 랭킹 2위인 김우진과 대결해 0-6으로 패해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1세트에서 나름대로 선전하던 마다예는 2세트부터 흔들렸는데 특히 2세트에서 과녁의 흰색 부분(1점)을 맞히기도 했다. 이에 중계진이 “화살이 어디 갔나”, “화면에 안 보인다”며 화살을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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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차드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선수는 한국 남자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과 경기 중 1점을 쏴 화제가 됐고 이후 한국인들의 응원 메시지가 쇄도했다. 유튜브 채널 ‘KBS 스포츠’ 갈무리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차드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선수는 한국 남자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과 경기 중 1점을 쏴 화제가 됐고 이후 한국인들의 응원 메시지가 쇄도했다. 유튜브 채널 ‘KBS 스포츠’ 갈무리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중앙아프리카 국가 차드에서는 기수인 마다예를 포함해 총 3명의 선수가 파리올림픽에 출전했다. 차드는 1990년대 초 유전이 발견됐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최빈국 수준인 659달러(2020년 세계은행 기준)에 머물러 있다. 어린 시절 축구를 좋아했던 마다예는 19살 때 우연히 활쏘기를 배우는 어린이들을 보고 양궁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장비와 코칭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학으로 실력을 쌓았고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생업인 전기기사 일도 그만뒀다.

파리올림픽이 마다예의 첫 올림픽 출전인데 현을 당겼을 때 입고 있는 옷이나 단추 등에 현이 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비인 체스터 가드(가슴 보호대) 없이 경기에 나섰다. 또 마다예가 입은 민무늬 티셔츠에는 아무런 스폰서도 적혀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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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마다예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채널과 인터뷰에서 “이틀이라도 활을 쏘지 않으면 한 달처럼 느껴질 정도로 양궁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며 “대부분 내전과 반란 속에서 태어난 차드 국민들이 기뻐할 만한 것을 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차드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선수가 7월31일(한국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차드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선수가 7월31일(한국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런 사연이 알려지면서 마다예의 인스타그램에는 한국인들의 응원 메시지가 쇄도했다. 한국인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마다예 선수가 최고로 멋있었다. 당신의 양궁을 향한 열정과 용기, 노력에 감동했다”, “혼자 독학으로 올림픽 나오기까지 얼마나 노력하고 고생했을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다음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려운 상황 속 가장 빛나는 경기를 보여줘서 고맙다” 등의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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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한국”이라고 쓴 게시물에도 “올림픽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줘서 정말 고맙다”, “당신 덕분에 차드라는 곳을 알게 됐다. 조국이 당신을 자랑스러워할 것”, “조국에 희망을 주고 싶다던 당신의 꿈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등의 응원 메시지가 달렸다. 이에 마다예는 한국시각으로 1일 오후에도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재차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다예는 경기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의 첫 올림픽이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 자체가 매우 기쁘다”며 “김우진과 대결하는 것도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전 세계 모든 양궁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내가 이룬 성과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비록 내가 원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여기 와서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