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는 현장에서 보는 것과 티브이 중계로 보는 것에 차이가 있다. 한국 선수단이 남녀 단체전을 석권한 양궁도 그렇다. 특히 처음 양궁장을 찾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긴 발사선과 과녁 사이 거리에 놀란다. 화면으로는 선수들이 활을 쏘는 장면과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장면만 보여주기 때문에 거리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 발사선에 서면 과녁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발사선과 과녁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세계양궁연맹(WA)의 표준 규정을 보면, 양궁 리커브의 경우 70m로 정해져 있다. 과거에는 90m, 70m, 50m, 30m 거리에서 번갈아 가면서 쏘거나 남성은 90m, 여성은 70m 거리에서 쏘기도 했다. 하지만 올림픽 결선을 기준으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부터 남녀 모두 70m로 고정됐다. 시내버스(11m) 약 7대 길이다. 날개 길이가 35.9m인 보잉 737 비행기 2대를 나란히 둔 거리와도 비슷하다.
과녁은 어떨까. 표준 규정을 보면, 전체 과녁의 지름은 122cm다. 그중에서도 10점 표적의 지름은 12.2cm다. 지름이 12cm인 일반 시디(CD)와 크기가 비슷하다. 10점 표적 가운데는 엑스텐(X10)이라고 부르는 작은 동그라미가 있는데, 엑스텐의 경우 지름이 6.1cm다. 엑스텐은 같은 10점으로 취급한다. 다만 대회에 따라 동점일 경우 순위를 구분하거나 신기록 여부를 판가름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종합하면, 만약 10점을 쏘려면 70m 거리에 있는 지름 12.2cm짜리 표적을 맞혀야 한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정말로 이 과녁을 눈으로 보고 쏘는 걸까?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과녁을 눈으로 본다기보다는 훈련을 하면서 생긴 선수들만의 기준을 갖고 쏜다”며 “그렇다고 아예 과녁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고 보통은 가장 중앙의 노란색 부분 정도를 보고 쏜다”고 설명했다. 즉, 훈련으로 형성된 ‘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선수들은 화살을 쏘는 순간 점수를 직감하기도 한다. 양궁 선수 오진혁(42)은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10점을 내야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 마지막 화살을 쏘며 “끝”이라고 중얼거렸다. 실제 이 화살은 10점에 명중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당시 오진혁은 한겨레에 “양궁 선수들은 쏘는 순간 10점을 맞히는 느낌이 난다. 마지막 화살을 쏠 때 딱 10점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