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경쟁자, 곧 ‘라이벌’의 존재에 있습니다. 숱한 라이벌 가운데서도 여자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1인자 자리를 놓고 다퉈온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그야말로 ‘숙명의 라이벌’로 불릴 만합니다. 두 사람은 이번 러시아 소치올림픽에도 함께 출전합니다. 2005년부터 이어온 라이벌 관계는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두 사람을 위해 과연 어떤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2010년 2월24일(한국시각 오전 9시30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 경기장에서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었다. 김연아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인 2009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2009 그랑프리 피겨스케이팅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뉴욕 타임스>, <아이에프에스>(IFS·미국 피겨 매거진), <이에스피엔>(ESPN), <엔비시>(NBC) 등 해외 언론들은 김연아를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주목해야 할 선수로 연일 소개하며 금메달 후보로 꼽았다.

여자 피겨 싱글은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에서 미국의 크리스티 야마구치가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대회마다 이변을 낳았다.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에서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 미국의 낸시 케리건이 우크라이나의 옥사나 바율에게 밀렸고, 1998년 나가노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서도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미국의 미셸 콴이 10대 선수들인 태라 리핀스키(당시 15살)와 세라 휴스에게 패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도 2002년과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이면서 금메달이 떼어 놓은 당상이라던 러시아의 이리나 슬루츠카야가 잇따라 실수를 범하면서 동메달로 떨어지고,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 선수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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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서 아사다 마오 73.78 고득점에 이변이 연출되는가 싶더니 김연아는 78.5점 얻어 세계신기록 올림픽 이후 두 사람은 달랐다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은퇴와 현역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이 아사다 마오는 새 코치 맞고 트리플 악셀 예리하게 가다듬어

능력 120% 발휘한 연아, 초킹이 된 마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어땠을까. 김연아의 바로 앞선 순서인 5조에서 두번째로 연기를 펼친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 콤비네이션 점프 등 세 차례 점프를 모두 성공시키는 등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점수는 73.78점이었다. 아사다 마오로서는 그해 처음으로 쇼트 프로그램에서 70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것이었다. 고득점에 감격한 아사다 마오는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와 감격적인 포옹을 했다. ‘겨울올림픽 이변의 전통’은 다시 재현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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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대는 김연아였다. 아사다 마오가 의외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을 본 그녀는 ‘흥! 그 정도쯤이야’라는 듯 자신 있는 표정을 짓고는 링크로 들어섰다. 한국 여자 피겨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순간이었다.

김연아는 배경음악인 ‘제임스 본드 메들리’에 맞춰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가볍게 성공시킨 이후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 점프마저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이어진 스텝, 스핀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권총을 쏘는 듯한 마지막 엔딩 동작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한 뒤 쇼트 프로그램 1위를 확신하는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와 같은 김연아의 자신감 있는 미소는 기술 점수 44.70점, 예술 점수 33.80점, 합계 78.50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낳았다. 김연아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종전 76.28)을 훌쩍 뛰어넘는 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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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벌어진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선수의 실력 차는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아사다 마오는 먼저 연기한 김연아가 150.06이라는 어마어마한 점수를 얻는 것을 보고 잔뜩 주눅이 든 것처럼 보였다. 트리플 악셀 등 연기에서 잇따른 실수를 거듭한 아사다 마오는 자신의 실력도 채 발휘해 보지 못하고 131.72점이라는 평범한 점수를 받아들었다. 김연아의 완벽한 승리였다.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에서 자신이 기존에 보유한 세계최고기록(쇼트·프리·총점)을 모두 경신했다. 올림픽 직후 기네스북에도 올라간 당시 김연아의 점수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아사다 마오가 올림픽이라는 중압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초킹(choking) 상태에 빠진 반면, 김연아는 가장 중요한 대회인 올림픽에서 자신의 능력을 120퍼센트 발휘한 것이다.

아사다 마오처럼 아주 중요한 순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생각이나 행동이 얼어붙는 현상을 전문용어로 초킹이라고 부른다. 그런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열심히 준비한 시험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완벽하게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주어야 하는, 자신의 인생이 걸렸다고 생각되는 중요한 순간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초킹 현상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웬만한 노력으로는 초킹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평소에 긴장감을 즐기는 훈련을 하거나, 심한 압박을 받을 때 느껴지는 자신의 신체 반응을 부정적인 쪽보다는 긍정적인 쪽으로 해석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행보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했다. 먼저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로 생애 최고의 목표를 달성한 김연아는 ‘은퇴와 현역생활 연장’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하는 등 잠시 방황의 시기를 거쳤다. 밴쿠버올림픽에서 라이벌에게 처절하게 무릎을 꿇은 아사다 마오는 4년 뒤인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을 목표로 절치부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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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늪, 슬럼프의 늪, 슬픔의 늪

김연아에게 닥친 시련 가운데 하나는 캐나다 출신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결별이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지 6개월 지난 2010년 8월 말의 일이었다. 두 사람의 결별 과정은 마치 사이가 멀어진 부부가 이혼할 때와 비슷했다.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먼저 오서는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고했다고 폭로했다. 게다가 그는 폭로 과정에서 김연아가 다음 시즌에 연기할 프로그램 내용까지 공개해버렸다. 이는 피겨스케이팅계에서는 금기로 통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김연아 쪽은 2010년 5월 ‘타 선수(아사다 마오) 코치 제의 설’로 인해 서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이러한 불편한 관계로 인해 김연아가 지난 6월부터 사실상 혼자 훈련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8월 초 김연아 쪽은 오서 코치에게 ‘잠시’ 떨어져 지내자는 제안을 했으며 오서 코치도 이에 동의해, 김연아가 안무코치인 데이비드 윌슨과 단둘이서 훈련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오서와 박미희씨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이는 사이에 김연아는 어머니 박미희씨를 편드는 발언을 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김연아를 비난했다. 어쨌든 자신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스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후 김연아는 자신의 영원한 우상인 미셸 콴의 형부 피터 오퍼가드를 새 코치로 맞았다. 오서 코치와 벌인 설전은 유야무야 끝났다. 대신 그 후유증은 컸다. 김연아는 오서 코치와의 결별 이후 처음으로 출전한 2011 러시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안도 미키에게 밀려서 은메달에 머물렀다.

러시아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사실상 은퇴 상태에 있던 김연아가 다시 돌아온 것은 2012년 7월이었다. 러시아 소치올림픽까지 현역 연장을 결심한 것이었다. 이어 그녀는 2013년 3월로 예정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2012년 10월에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해왔던 신혜숙, 류종현 코치와 새롭게 손잡았다. 김연아는 태릉선수촌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비밀스럽게 연습했고, 관계자들은 전성기 실력과 비교해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 후 최소기술점수를 얻기 위해 출전할 B급 대회를 12월에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트로피로 결정하고 출전을 준비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트로피에서 선보인 새로운 프로그램은 뱀파이어의 키스, 레미제라블이었다. 결과는 합계 점수 201.61로 우승이었다.

김연아가 코치와 결별,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는 사이 아사다 마오는 소치올림픽을 향해 꾸준하게 실력을 쌓아 나갔다. 아사다 마오는 밴쿠버올림픽 직후에 열린 2010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잠시 슬럼프를 겪던 김연아를 6.79(197.58 대 190.79)점 차이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아사다 마오는 계속해서 국내외 대회에 출전했다.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목표 상실로 인한 잠시의 방황을 거쳤다면, 아사다 마오는 라이벌 김연아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 되레 악재였다. 대회에는 꾸준히 출전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011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서는 각각 5위와 8위에 머물러 6명이 겨루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권조차 얻지 못했다.

아사다 마오는 2011 4대륙 대회(유럽을 뺀 아시아 등 4개 대륙)에 출전했지만 준우승에 머물렀고, 세계선수권대회에는 6위에 그치는 등 노력은 하는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어려움을 겪었다. 전형적인 슬럼프였다. 아사다 마오는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자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악셀’(3바퀴 반을 도는 것)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아사다 마오는 두 차례의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하면서 부활하는 듯했지만 뜻밖에 어머니가 사망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슬럼프의 늪’ 아닌 ‘슬픔의 늪’에 빠져야 했다. 모친상을 당한 충격은 컸다. 아사다 마오는 결국 2011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사다 마오는 2011년 12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컨디션을 회복하더니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다시 들고나와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사다 마오는 2012년 3월에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그치면서 2011년 시즌을 겨우 ‘C 학점’으로 마무리했다.

2012년 아사다 마오는 완전히 컨디션을 되찾았다. 두 차례의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더니 그랑프리 파이널마저 제패해 김연아가 빠진 세계 여자 피겨계의 지존임을 입증했다. 아사다 마오가 6명의 세계 최고선수가 그해 마지막 승부를 겨루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0년 이후 2년 만이었다.

아사다 마오 그랑프리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김연아는
발등 치료와 훈련에 매진했지만
마오 제치고 2013 세계선수권대회
우승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2005년부터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격전지 소치올림픽
이미 모든 것을 이룬 김연아와
일생의 숙원 못 푼 마오의
마지막 승부가 기대된다

각국 선발전에서 200점 넘은 선수는 모두 8명

2013년 3월, 아사다 마오는 캐나다 런던(온타리오주 남서지방)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영원한 라이벌 김연아를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년 만에 만났다. 아사다 마오는 자신의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을 무사히 뛰었지만, 다른 점프와 스핀 그리고 스텝 등에서 부진하면서 6위까지 떨어졌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어느 정도 점수를 만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대회에서 김연아가 밴쿠버올림픽 이후 최고 점수인 218.31로 우승을 차지한 반면,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보다 21.84점이나 적은 196.47로 3위에 그치고 말았다. 밴쿠버올림픽 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점수 차이인 23.06(228.56 대 205.50)과 엇비슷한 실력 차가 드러난 것이었다.

아사다 마오에게 2013년은 나쁘지 않았다. 김연아가 오른 발등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지만, 두 차례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모두 200점대를 받으며 정상에 올랐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204.02점을 받아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두 선수에 대해서 알아본 것처럼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마치 숙명의 라이벌과 같은 관계다. 두 선수 모두 2005년 이후 10년 가까이 한국과 일본의 여자 피겨스케이팅을 대표하며 세계 정상을 다퉜다.

처음에는 김연아보다 아사다 마오가 앞섰다.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이라는 비기를 앞세워 2005년 세계주니어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김연아는 이듬해인 2006년 세계주니어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국제대회 첫 우승 맛을 보았다. 이후 2009년까지 아사다 마오가 약간 앞서 가는 듯했지만,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차지했고,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치면서 두 선수의 맞대결은 김연아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김연아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이후 은퇴와 현역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2013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복귀를 했고, 아사다 마오는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에게 패한 이후 꾸준하게 현역선수로 활약하면서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절치부심해오고 있다. 그러나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위기를 맞았다. 발등 부상을 당해 소치올림픽 리허설 격으로 열리는 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김연아는 발등 치료와 훈련을 겸하다가 2013년 12월 초 크로아티아에서 벌어진 ‘골든 스핀 오프 자그레브’ 대회에서 204.49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받은 204.02보다 0.47점 높은 점수였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소치올림픽 선발전 성격으로 자국에서 치러진 한국과 일본의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아사다 마오는 12월24일 벌어진 일본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주무기 트리플 악셀을 잇따라 실패하며 199.50으로 겨우 3위에 그친 반면, 김연아는 1월5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벌어진 제68회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27.86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27.86은 비록 국내대회 프리미엄이 있기는 했지만, 자신이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세운 228.56의 세계신기록에 불과 0.7점밖에 뒤지지 않는 높은 점수였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는 80.60으로 밴쿠버올림픽 때 기록한 78.50보다 2.10이나 앞서는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은 215점 정도에서 금메달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치올림픽 자국 선발전에서 200점을 넘은 선수는 모두 8명이나 된다. 227.86으로 자신이 2010 밴쿠버올림픽 때 세운 228.56의 세계신기록에 0.7점 차로 다가선 김연아 선수를 비롯해서 일본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를 3위로 밀어내면서 1위를 차지한 스즈키 아키코가 세운 215.18점과 2위 무라카미 가나코(202.52), 그리고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12.77), 율리야 리프니츠카야(210.81), 옐레나 라디오노바(202.01) 등 러시아 미녀 3총사와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211.69), 캐나다의 케이틀린 오즈먼드(207.24)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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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다 마오, 실패하면 평창에서 금메달 노리나

그러나 피겨에는 ‘국내 대회 프리미엄’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내 대회에서는 자국의 심판들이 국내 선수들의 연기를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해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다만 지난 1월1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 209.72와 202.36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율리야 리프니츠카야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국내, 국제 대회에서 모두 200점대를 넘었기 때문에 소치에서도 200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14 소치올림픽에서 확실하게 200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리프니츠카야 등 러시아의 소녀들이다.

그러나 아사다 마오는 현재와 같이 그의 트리플 악셀이 가산점은커녕 ‘회전 수 부족’과 ‘두 발 착지’ 등의 지적과 함께 감점을 받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설사 최고의 컨디션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210점은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다 마오의 점수는 200~210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러시아의 소녀들도 홈그라운드 이점과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210점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김연아는 물론 아사다 마오에게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김연아는 지난해 3월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218.31점을 받았기 때문에 210점이 안정권이고, 최대 220점까지 가능하다. 심리적으로 볼 때도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터로서 모든 것을 이룬 선수인 반면, 아사다는 아직 겨울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일생의 숙원을 남겨두고 있어서 쫓기는 입장이다. 따라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소치올림픽에서의 마지막 승부 결과는 설사 아사다 마오가 최고의 컨디션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김연아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 같다.

김연아에게 이번 소치올림픽은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생인 김연아가 2018년에 치러지는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출전하기에는 이미 나이가 있다. 여자 피겨 선수는 20대 중반이면 서서히 은퇴 준비를 하는데, 하물며 20대 후반의 나이면 은퇴하고도 남았을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김연아가 소치올림픽에 이어 2014년 3월에 치러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마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다면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이 자신의 마지막 대회라고 수차례 얘기를 했지만, 아사다 마오는 아직 공식석상에서 은퇴 얘기를 한 적이 없다.

김연아는 은퇴 이후 2018년 평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연아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장미란씨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먼저 아이오시 선수위원이 되면 김연아의 꿈은 무산된다. 아이오시는 한 나라에 2명의 아이오시 선수위원을 허락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오시 선수위원은 임기 8년에 하계 종목 8명, 동계 종목 4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아이오시 선수위원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올림픽 운동에 참여시키기 위해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때 신설됐다. 출마 자격은 선출 당해 연도 올림픽 또는 직전 올림픽 출전 선수로 제한한다.

아사다 마오는 만약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미련 없이 은퇴하겠지만, 이번에도 김연아에게 패하면, 2018 평창올림픽 출전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천적 중의 천적’ 김연아 없는 평창에서 금메달의 한을 풀겠다고 나설 수 있고, 아니면 자신의 두 번째 꿈인 지도자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기영노 스포츠평론가